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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해"자축 한마당-웃음꽃 만발한 「사랑의 연극잔치」시상식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11일 오후6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사랑의 연극잔치」시상식은 상반기 중 「연극의 해」행사가 성공적이었음을 자축하는 연극인들의 잔치 한마당이었다.
말쑥한 정장차림의 남자배우와 화려한 드레스의 여배우들이 일찍부터 대극장 로비에서 밝은 웃음을 나누는 모습은 「연극의 해」가 연극인들의 사기를 얼마나 북돋워 놓았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했다.
평소 축 처진 어깨로 대학로를 배회하며 「순수예술을 몰라주는 세상」을 향해 냉소하던 그들이 아니었다.
「연극의 해」가 연극인들에게 『매우 성공적』이란 중간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오후6시 정각 무대의 불이 꺼지고 힘찬 북소리가 울리면서 축제의 막이 올랐다.
질주하는 말의 역동적인 모습이 대형스크린을 가득 메우고 오원 장승업(신구 분)이 윗저고리를 휘저으며 말을 몰아댄다.
「사랑의 연극잔치」참가작중 최우수작으로 뽑힌 『사로잡힌 영혼』이 하이라이트 10분 공연으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나머지 네 작품이 짤막하게 선보인 뒤 연극계 대표들의 축사겸 평가가 이어졌다.
권오일 연극협회 이사장=「연극의 해」가 세세 연년 이어졌으면 좋겠다. 6개월간 연극인 모두 열심히 뛰어 성공적으로 꾸려왔다. 여러분 모두에게 축하드린다.
이어령 문화부장관=오늘과 같은 성공이 보장되지 못한 상황에서 「연극의 해」행사를 시도했었다. 여러분의 대성공으로 오히려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무용·출판 등 각계에서 내년을 자신들의 해로 지정해달라고 압력이대단하다.
차범석 행사집행위원장=그 동안 좋아진 것도 있고 그대로인 것도 있다. 하지만 행사의「성공」을 자부할 수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연극에 관심을 갖게된 것이다. 관심은 곧 사랑이며 이해다.
한상철 심사위원장=성공원인은 두 가지다. 모든 극단이 「사랑의 연극잔치」에 참가해 다양한 작품을 한꺼번에 선보일 수 있었던 점과 「사랑 티킷」이라는 할인제도였다.
하지만 과제는 남았다. 보다 참신한 우수작을 계속 만들어내 높아진 연극에의 관심에 보답하는 것이다.
한결같은 「성공」평가에 객석을 가득 메운 연극인들은 박수와 환호로 자축했다. 워낙 「남을 즐겁게 해 주는 일」만 해오던 연극인들이지만 오랜만에 「스스로를 즐겁게 해주는 일」에도 흥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진행을 맡은 중견 여배우 계숙씨는 행사를 도와준 연극의 인사, 특히 후원을 맡은 기업인들에게 『어떡하죠·절이라도 한번 해드릴까요』라며 고마움을 전하고자 했다.
중견 남자배우 박웅씨도『배우생활 30여년 동안 올해만큼 바빠본 적이 없다』며 배우가 된 기쁨을 얘기했다.
작품상과 최우수남녀 주연·조연, 무대장치까지 1시간여에 걸친 시상식이 박수와 환호, 꽃다발과 카메라플래시의 섬광 속에 계속됐다.
모든 연극인들이 입을 모으듯 분명 「연극인의 단결」은 큰 성과다. 단적인 예가 연극제작금고 모금현황이다. 1백억원 목표 중 현재9천9백60만원이 모였는데 연극인들의 기부금이 눈에 띈다.
『따라지의 향연』 을 공연했던 극단「자유」의 대표 이병복씨 등이 5백만원, 유덕형 서울예전 학장이 4백만원, 여배우 계숙·박정자·윤소정·윤석화씨가 공동 집필한 에세이집 인세전액 2백만원, 실험극장대표 김동훈씨가 3백만원, 기타 연극인들이 1백만원부터 몇 만원까지 내놓았다.
행사진행을 맡은 권오일 연극협회이사장이 판공비 전액을, 정진수씨 등 간사5명이 수당 전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 뒤에 보이지·않는 스태프들의 땀이 스며있듯 이날의 축제 뒤에는 많은 숙제들이 쌓여있다. 행사의 성공을 뒷받침한 관과 기업의 후원은 내년부터 다른 문화분야로 넘어가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후원 없이도 연극 붐을 지속시켜갈 수 있는 자생력을 기르는 일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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