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의 '뚝심 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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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강원도 삼척 출신인 전군표(사진) 국세청장은 직원 사이에 뚝심이 있다는 평을 받는다. 그의 뚝심은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신고 과정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종부세 대상자가 전년에 비해 5배나 늘어난 데다 주택보유자의 평균 세부담이 6.2배가량 증가하자 납세자의 반발이 거세졌다.

당시 종부세를 내지 않는 납세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때 전 청장은 국세청 조사인력의 15%(672명)를 과감하게 줄여 종부세 업무에 배치했다. 지방청장.세무서장에게는 여론 주도층인 종교인을 직접 찾아가 종부세에 대해 설명하도록 했다. 그 결과 종부세 신고율은 전년보다 2.1%포인트 높은 98.1%에 달했다. 전 청장은 또 국세청 사상 처음으로 기업 비자금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전 청장은 기업 비자금에 대해서도 자기 방식대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세청 내부의 시각이다.

2004년과 2005년에는 세수가 예산에 미달됐다. 지난해엔 어려운 경제 사정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당초 세입예산보다 2조4000억원을 넘게 거둬들였다. 하지만 세무조사를 통한 '쥐어짜는'방식이 아니었다. 세무조사를 줄이되 세무조사 과정에서 고의적인 불법이 드러날 경우 예전보다 훨씬 강하게 조사했다. 탈세하려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도록 하는 심리적 방식을 쓴 것이다. 지난해 조사 건수가 전년보다 3000여 건(12%) 감소하고 조사기간도 20% 단축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전 청장은 평소 "세무조사는 세무조사를 없애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번에도 기업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국세청은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하게 세무조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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