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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해변 되살리려는 노력(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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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환경이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절실한 생존과 생활의 여건이면서도 많은 부분이 기업이 아닌 국민 각자의 물지각과 부주의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
산하에 지천으로 버려져 있는 쓰레기가 상수원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가정에서 버린 생활오물이 강물을 더럽히는 주범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환경 파괴행위는 좀처럼 자제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환경처가 행락장소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물리는 법적 제재를 가하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조처로 생각된다.
특히 등산객의 취사행위에 이어 해수욕장에서의 취사도 제한하기로 한 것은 해수오염 방지 뿐만아니라 해안의 청결과 위생,그리고 여름휴가객에 쾌적한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바람직한 조처다.
해마다 피서객이 늘고 있는 전국의 해수욕장은 어느곳이나 그만큼 쓰레기로 인한 오염피해도 심해지고 있다. 평상시에도 하루 평균 4백60만t의 공장폐수와 생활하수가 바다로 유입되고 있는데 여름철이면 피서쓰레기까지 겹쳐 연안해수의 오염을 가중시키는 주원인이 돼왔다. 이로인해 가장 심한 서·남 해안의 경우는 해수욕장의 물이 대부분 해수욕으로 이용 가능한 한계치에 이르러 있다고 한다.
각종 캠페인과 호소·경고에도 아랑곳 없이 쇠귀에 경읽기로 아무데나 쓰레기를 내팽개치는 잘못된 타성과 무감각,몰인식은 강력한 법규를 만들어서라도 제재하여 바로잡아야 한다. 쓰레기투기 뿐만아니라 아무데서나 고성방가하고 벌거벗고 목욕하는 볼썽사나운 행위,계곡 상류에서 세제를 풀어 머리감고 설거지 하고 빨래하는 것도 단속해야할 파렴치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질서있고 청결·정숙한 행락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속과 규제에 앞서 선행돼야 할 조건들이 있다. 행락장소에는 거기에 필수불가결한 기본적인 구비조건들이 있는 것이다. 강제적인 규제를 가하려면 위반행위를 하지 않고서도 불편 없이 행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건을 갖추지 못하면서 규제만 가하면 불평과 반발을 사게되고 결국은 규제를 회피하는 새로운 눈가림 오염행위가 나타날 것이다.
부족한 단속인원으로 이런 불법행위를 일일이 적발할 수는 없다. 법규가 유명무실화 되면 당국의 권위만 실추될 것은 뻔한 이치다. 따라서 「하면 안된다」는 단속 이전에 위반할 필요가 없을 만큼 여건을 갖춰놓고 「이렇게 하라」고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
숙박시설과 음식점·집단취사장·종합오물처리장·화장실·급수시설·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태부족한 현재의 상황에서 규제와 단속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몇시간 다녀오는 당일치기 등산과는 달리 해수욕장은 며칠씩 묵어가는 장기 체류의 특성을 갖는다. 그런곳에서 취사를 제한하려면 간이 급수시설이나 설거지장·쓰레기장이 제대로 갖춰진 집단취사장이 필수적이다. 손수 취사를 안해도 경제적인 피서를 할 수 있도록 값싼 음식점이 있어야 하며,바가지요금도 없어져야 한다.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차량이 몰려서 생기는 혼잡과 무질서를 줄이려면 주차장의 증설이 가장 시급한 일일 것이다. 예컨대 국내 최고의 해수욕장이라는 해운대의 경우 올여름 20여만대의 차량이 몰려들 예상인데 확보돼 있는 주차장은 겨우 5천대분이라고 한다. 피서길이 아니라 고생길이라는 비아냥이 생긴지도 벌써 오래인데 사정은 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덮어놓고 규제만 한다고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설불비에 모든 탓을 돌릴일은 못된다. 공해방지와 환경보호는 당국이나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우리 모두의 문제는 우리들 개인 각자가 인식하고 삼가는 자세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가야 한다. 개인의 불편과 짜증을 감수해서라도 환경보호라는 보다 큰 과제를 성취하려는 인내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깨끗한 물과 청정한 해양자원은 우리 각자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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