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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압력으로 위안부 다룬 방송 내용 수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방송국이 제작 당시 취재원들에게 했던 설명과 달리 프로그램 내용을 수정해 방송했다면 취재원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일본에서 나왔다. 일본 도쿄고등법원은 29일 한 시민단체가 위안부 문제 방송 프로그램과 관련, NHK가 외압을 받고 방송 내용을 일부 바꿨다며 NHK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법원은 "NHK 간부들이 프로그램 내용이 예산 편성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필요 이상으로 무겁게 받아들여, 프로그램 내용을 수정한 점이 인정된다"며 200만 엔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또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한 하청 방송제작사도 연대책임이 있으므로 각각 100만 엔씩 배상하라고 덧붙였다. 앞서 1심에서는 직접 취재와 제작을 맡은 제작사에 대해서만 배상판결이 내려졌었다.

시민단체 '전쟁과 여성에 대한 폭력 일본네트워크(바우넷 재팬)'는 "NHK가 2001년 1월 '전시 성폭력 문제' 프로그램 방송 직전 아베 신조 당시 관방부 장관과 나카가와 쇼이치 경제산업상으로부터 외압을 받고 프로그램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고 주장해 왔다.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05년 1월에는 당시 프로그램 데스크였던 담당 PD가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의 외압으로 내용이 대폭 수정됐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바우넷 재팬은 "취재에 응한 내용과 다른 내용이 방송됐다"며 "취재 당시 설명과 상당히 다른 프로그램이 방송된 것에 대해 설명을 했다면 선처했겠지만 NHK가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법적 소송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도쿄=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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