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줄탈당' 일단 멈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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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중앙위원회 위원들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중앙위는 다음달 14일 전당대회 개최 안건 등을 통과시켰다. 맨 앞줄 왼쪽부터 배기선.박병석 의원, 김근태 의장, 중간 통로 건너 김한길 원내대표, 이미경 의원, 이강철 중앙위원이다. [사진=오종택 기자]

29일 열린우리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선 두 차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박수도 쏟아졌다. 우상호 대변인은 들뜬 목소리로 "열린우리당은 역시 위기에 강하다는 통설이 입증됐다"고 결과를 전했다. 김근태 의장은 '당원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역사는 오늘을 대화와 토론, 승복이란 정당 민주주의가 활짝 꽃핀 날, 대한민국 정치사에 새 장을 연 날로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탈당 사태까지 몰고 왔던 당헌.당규 개정안이 중앙위에서 가볍게 통과한 것이다. 63명의 중앙위원 중 6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의외였다. 오전까지만 해도 적지 않은 반대표가 예상됐었다.

당헌 개정이 무산될 경우 집단 탈당이 불가피해 보였다. 이는 사실상 여당의 해체를 의미했다. 김근태 의장 등 지도부는 팔을 걷어붙였다. 중앙위원들과 일일이 접촉했다. 성향에 따라 '○(찬성)' '△(입장 유보)'로 분류해가며 설득했다.

'보이지 않는 손'도 움직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24일 당 사수파인 김태년.이광철.유기홍 의원 등을 청와대로 불러 "무엇보다 당을 살려야 한다. 소신과 원칙이 옳지만 유연하게 사고할 필요가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라. 단합이 제일 중요하다"고 설득했다. 당 사수파는 결국 기간당원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당헌개정안 통과 이후 연쇄 탈당 사태는 진정되고 있다. 분명한 기류 변화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집단 탈당을 위해선 명분과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중앙위의 결정으로 계기가 하나 없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도 "오늘 결속력을 보면서 개별 행동을 하기 쉽지 않겠다는 중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30일 탈당을 예고한 염동연 전 총장을 제외하곤 대부분 주저하는 모습이다. 김한길 원내대표 측은 "고민 중이다. 명분이나 계기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정동영 전 의장도 "전당대회까진 지켜보자"는 입장을 정리했다는 후문이다. 당내에선 "지금 나갔다간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불씨는 살아 있다. 다음달 14일 전당대회 전후 신당파와 사수파의 싸움은 재연될 수 있다. 한 신당파 의원은 "전당대회를 전후해 여전히 열린우리당 간판을 내리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면 앞으로도 집단 탈당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글=고정애 기자<ockham@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기간당원제=당비를 내는 당원에게만 공직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주는 제도.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2002년 개혁국민정당을 창당했을 때 처음 도입했다. 이번에 도입한 기초당원제는 당원 요건을 대폭 완화, 당에 공로를 세우거나 당 행사에 참가해도 당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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