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최저임금제 싸고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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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영국 여·야당은 지금 내년 초 총선을 겨냥한 최저임금제 도입을 둘러싸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논쟁은 내년 7월 총선을 앞두고 강력한 정권도전에 나선 야당 노동당이 최근 최저임금제 도입을 정강정책으로 내걸고 나오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영국노동당은 현재 몇 차례의 여론조사결과 집권보수당의 지지도를 10%포인트정도 앞서는 등 지난 79년 보수당 집권이후 가장 큰 정권재탈환의 가능성으로 기대에 차 있다.
노동당은 이런 우위를 굳히기 위해 집권후의 생활개선 청사진을 펼치는 각종 정강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있다.
이들 중 노동당의 특색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정강정책이 바로 웬만한 선진국이면 다 갖추고 있는 최저임금제다.
노동당이 발표한 최저임금제의 골자는 초기단계에선 남성노동자 전국평균임금의 50%를 최저임금으로 법규화하고 최저임금수준을 차츰 늘려 이를 3분의2선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
이다.
집권보수당은 이에 대해 노동당의 최저임금제가 오히려 약2백만에 달하는 일자리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반격하고있다.
보수당의 이같은 반격은 지난 2년간 계속된 경기침체로 영국 내 실업이 꾸준히 증가, 최근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당을 일견·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은 즉각 『보수당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과장에 불과하다』며 『최저임금제 도입에 따른 절대 빈곤의 추방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재반격에 나섰다.
최저임금제 도입을 둘러싼 여야간 논쟁은 ▲절대빈곤 해소라는 이 제도의 목표달성정도 ▲이 제도에 따른 실업증가 ▲경제활력 위축 ▲인플레 등 부작용정도에 대해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노동당이 주장하고 있는 최저임금제가 제시한 남자노동자 평균 임금의 50%를 도입할 때 혜택을 입게 되는 계층은 시간제 근무자들이 대부분이다.
영국의 권위 있는 경제예측기관 NIESR는 최저임금제가 도입될 경우 전체 노동자의 15%인 약3백50만명에 달하는 이들 시간제 노동자 임금은 약15% 상승하게 되고 이 경우 영국 전체 노동자의 임금지급은 1%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NIESR는 또 노동당의 최저임금제가 실시될 경우 초기5년간 실업증가는 약6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같은 기간 경제성장은 약0·5% 감소하게 될 것이며 초기 3년간 물가상승은 약2%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밖에 최저임금제 논쟁에 직접 관련을 맺고 있는 노동조합의 입장은 하나로 일치되지 않고 있다.
산업별 노동조합제도가 정착된 영국에서 대부분의 노조는 최저임금제가 일정하게 임금상승효과를 가져온다고 판단, 도입을 지지하는 반면 전기기술자노조·전문기술용역노조 등 고임금 숙련노동자노조는 이 제도가 자신들과 비숙련 노동자들과의 임금차이를 줄이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최저임금제 도입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고 관련사회단체들의 입장도 분분한 형편이어서 영국의 최저임금제 도입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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