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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전자제품 전자파 규제 서둘러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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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자파의 위해성이 점차 사회문제화됨에 따라 국내·생산 전자제품에 대해서는 규제책이 마련되고 있으나 수입품은 현재 무방비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전자파란 고압송전설비를 비롯, TV·전자레인지·컴퓨터·의료기구 등 각종 전자기기에서 발산되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전파장 또는 자기장이다.
이 전자파는 각종 전자기기에 간섭해 작동을 변환시켜 작게는 컴퓨터등 사무기의 기능을 마비시키며 크게는 열차사고 등 대형사고를 유발하기도 해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의 연구가 활발하다.
흔히 가정에서 전기스위치를 켤 때와 자동차가 지나갈 때 TV화면이상을 초래하는 것은 전자파간섭의 아주 사소한 현상.
지난5월14일 일본시가(자하)현 시가라키(신락)고원철도에서 열차끼리 충돌, 42명이 숨지고 4백54명이 부상한 사건은 부근에서 발생된 전자파간섭에 의해 신호기 작동이상으로 출발시간이 지체돼 일어난 사건으로 밝혀졌다.
국내의 경우 지난 88년 서울 서초동S아파트에서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어린이가 추락사한 원인도 당시 이 아파트 위를 지나던 고압송전선에서 발생된 전자파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신부 전전파연구소장 박영일씨(현공보관)는 『고압송전선이 3만3천볼트의 일정전압을 유지해야 하는데 3만1천볼트에서 3만5천볼트까지 불규칙해 강력한 전자파가 발생, 사고가 일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체신부는 이처럼 전자파공해의 위해성을 중시, 지난해 9월부터 국내생산 전자제품 2백여품목에 대해 전자파 방사기준을 정해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TV수상기 65∼1백30Hz ▲전자오락기구 54∼8백90Hz ▲전자레인지 90∼7백70Hz ▲산업·의학·과학·의료용고주파 설비 0·15∼1천Hz ▲통신정보기기 30∼9백60Hz 등이다.
그러나 현재 외국에서 수입되는 각종 전자기기에 대해서는 이런 검정을 실시할 강제성이 없는 것이 큰문제점이다.
체신부는 7월부터 외국에서 수입되는 새로운 모델의 전자제품에 대해 검사하겠다고 하지만 검사장비 미비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체신부관계자는 『현재 김포세관·부산세관등 모든 세관을 통해 들어오는 제품에 대해 사실상 검정을 못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자파기술학회 윤현보 회장(동국대공대교수)은 『전자제품도 문제지만 현재 각 병원에서 전자파 방사기준에 맞지 않은 의료기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계속 검정 없이 도입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첨단의료장비인 MRI(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CT스캐너·레이저수술·고주파치료기 등은 모두 전자파의 영향을 받기 쉬운 장비로 외부 전자파의 강도에 따라 초음파가 달라져 잘못 진단하거나 수술과정에서 오차가 크게 생길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공대 박한규 교수(전자공학)는 『각종 전자제품과 첨단의료기구는 모두 반도체 칩을 쓰는데 이 칩이 전자파에 아주 약해 작동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전자파에 대한 내성을 갖춘 제품을 수입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각종 전기제품에서 전자파가 못나오도록 막아야할 뿐만 아니라 기기 자체가 전자파의 침입을 막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
체신부는 현재 전자파 내성측정시설로 7억7천만원을 들여 시험실과 측정기구를 갖췄으나 내성에 대한 규제는 97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이기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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