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루머 증폭시키는 '증권가 사설 정보지'

중앙일보

입력

증권사 사설정보지가 연예가 루머의 온상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신하균이 경찰의 마약 수사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유포된 것은 지난 26일 전후로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X파일 4탄'이라는 괴문서를 통해서.

그러나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지난주 초 증권사의 사설정보지(속칭 찌라시)를 통해 알려졌던 내용"이라며 "그중 연예계 관련 내용만을 골라내 누군가 'X파일'이라는 이름을 붙여 유통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흔히 '증권 찌라시'라고 불리는 사설정보지가 각종 루머의 출처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정보지는 '미확인 정보'를 전제로 정-재계는 물론이고 연예계 등 사회 각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정리한 것.

이런 사설정보지들은 정부기관원과 현직 기자 등을 정보원으로 두고 한때 3∼4군데의 제작업체가 등장할 정도로 활성화됐었지만 지난 2005년 당국이 이들을 명예 훼손 및 인권 침해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적극 단속을 벌인 이후 지금은 지하로 숨어들었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전보다 은밀히 유통될 뿐이지 결코 정보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처럼 책자로 묶여 전해지기보다는 문서 파일의 형태로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유통되기 때문에 전파 속도는 오히려 빨라졌다는 얘기다.

정보지를 통하지 않더라도 증권사들은 루머 수준의 정보 수집에 적극적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찌라시'라는 이름만큼 정보의 신뢰도가 낮은 것도 사실이지만 일단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의존하게 된다"며 "연예인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소식이 왜 항상 포함돼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다 보면 솔깃해지는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직원은 또 "매주 정기적으로 경쟁사 직원들과 함께 정보 교류 모임을 갖고 있다. 대개는 여의도 부근의 호텔 사우나 룸에서 늦은 오후 만나 맥주 한잔을 곁들이며 정보를 수집한다. 비공식이지만 내용은 보고서로 만들어 제출하게 되어 있다. 이 자리에서도 연예계 관련 내용은 단골 안주거리"라고 밝혔다.

최근에도 이들 정보지들은 '노현정 이혼 임박'이라는 오보를 쏟아냈고, 신하균의 이번 마약 수사 연루설도 결국 헛소문으로 끝날 것으로 보이지만 정보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이들 '찌라시'들에 의한 루머의 확산과 피해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JES 송원섭 기자 [five@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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