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임형 자산관리'에 뭉칫돈 줄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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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권사가 고객의 자금을 맡아 알아서 관리해주는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20일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첫 선을 보인 이래 삼성증권이 3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은 것을 비롯해 LG.대우.동원.미래에셋 등 5개 증권사에 6천억원 가량의 자금이 모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다 대한투자증권이 지난주부터 일임형 랩어카운트 판매를 시작했고 한국투자.굿모닝신한.메리츠.우리증권 등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이 곳으로 투자 자금이 계속 유입될 전망이다.

◆안정형 랩어카운트 인기=채권과 주식에 분산 투자해 위험을 줄인 '안정형' 랩어카운트 상품이 인기다. 안정형은 은행 예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점 때문에 전체 판매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컨설턴트 랩은 지난 한달간 3~4%의 수익률을 올리는 등 대부분의 상품이 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조완연 머니매니저는 "투자전략위원회를 구성해 종목을 선택하고 성과가 좋은 펀드매니저에 운용을 맡기고 있다"며 "향후 증권사의 주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돼 특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마케팅.언론보도 등을 통해 랩어카운트를 알게 되면서 이 상품을 찾는 고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큰손'들도 분산 투자 차원에서 랩어카운트를 찾고 있다. 삼성증권 김용조 대치동지점장은 "매일 20통 가량의 문의 전화가 오고 있고 하루 평균 2억~3억원 정도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은행을 이용하던 고객들은 물론 법인들도 분산 투자 차원에서 상담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포괄주문제 논란=증권사와 투신사들이 포괄주문제 허용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포괄주문제는 여러 계좌의 자금을 모아 한꺼번에 주문을 내는 것이다. 증권사의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포괄주문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어 현재 증권사들은 랩어카운트 계좌마다 별도로 주문을 내고 있다.

LG증권 김남형 금융상품기획팀장은 "계좌별로 주문을 내기 때문에 고객마다 매수 가격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계좌 관리에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들어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투신사들은 포괄주문제를 허용할 경우 랩어카운트가 투신권에서 판매하는 펀드와 똑같아진다며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국민투신운용 백경호 대표이사는 "운용에 제약이 별로 없는 랩어카운트와 달리 투신권의 펀드는 간접자산운용법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연 3% 정도인 수수료율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랩어카운트는 결제만 계좌별로 이뤄지고 있을 뿐 투자종목이나 매매 시점 등은 본사에서 통합 관리하고 있다"며 "고객의 입장에서는 주식형 펀드와 차이가 없는 데도 1~2% 정도 높은 수수료를 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수료율은 1.9%다.

◆투자 유의사항=증권전문가들은 랩어카운트에 가입하기 전에 투자자금의 성격에 맞춰 어느 정도까지 손실을 감수할 수 있을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이기헌 자산운용팀장은 "기대 수익이 높은 상품은 그만큼 투자 위험도 크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 선택이 중요하다"며 "운용담당자의 자산운용 실적과 해당 증권사의 리서치 능력 등도 꼼꼼히 살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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