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위기 탈북 국군포로 국방부 신원조회 실수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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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전쟁 당시 북한으로 끌려갔다가 지난 6월 중국으로 탈출한 국군포로 전용일(72.사진)씨 부부가 북송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은 국방부의 안이한 신원확인 조치가 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 권영준 인사복지국장(해군 소장)은 21일 "지난 9월 24일 주중대사관 무관부 측이 全씨가 국군포로 명단에 포함됐는지 확인해줄 것을 요청해 5백명의 국군포로 생존자 명단과 대조한 결과 명단에 없어 이를 9월 26일 무관부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후 전사자 명부 등 추가 확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외교부가 국방부에 다시 문의하자 뒤늦게 전사자 명단에서 全씨의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귀환한 국군포로는 모두 전사자 명단에 포함돼 있어 국방부가 성의를 갖고 확인 과정을 밟았더라면 全씨가 지금처럼 북송 위기에 빠지지 않을 수 있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權국장은 "이번 사태가 전적으로 국방부 책임임을 통감하며 당시 전사자 명부 등 관련 자료를 꼼꼼히 살피지 않은 현역장교 실무자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全씨를 귀환시키기 위해 중국 측과 협의하고 있는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측에 '국군포로의 강제 북송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강력히 전달했다"면서 "현재 중국 측과의 협상 분위기가 아주 좋아 全씨가 귀환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全씨는 1951년 6월에 입대했으며, 국군 6사단에서 복무하다 53년 7월 강원도 김화군 제암산 고지 전투 중 북한군에 포로로 붙잡혀 북송됐다.

한편 재향군인회는 이날 성명에서 "사선을 넘어 탈북한 국군포로의 귀환 호소까지 외면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과 허술한 국민 보호에 회의감을 느낀다"며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을 위해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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