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훌쩍 커버린 '송아지 3총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송아지 삼총사'라는 애칭으로 불려온 원성진 5단.최철한 5단.박영훈 4단 등 85년생 소띠 동갑내기들이 2003년 연말에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대약진을 하고 있다. 원성진은 농심배 3연승으로 위기에 몰린 한국팀을 구했고 최철한은 다승 1위와 승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박영훈은 삼성화재배 세계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있고 원성진과 최철한은 천원전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마치 바둑계가 이들 3인의 천하로 뒤바뀐듯 보인다. 기재(棋才)가 탁월하여 일찍부터 주목을 받아왔지만 아직은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일천하여 '송아지'로 불리던 이들이 어느덧 강력한 힘을 지닌 '수소'로 커버린 것이다.

◇농심배서 한국팀 구원=원성진5단은 한.중.일 국가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에서 일본의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9단과 중국의 후야오위(胡耀宇)7단에 이어 일본대표 유시훈9단마저 연파하여 3연승을 거뒀다.

단체전 무적을 자랑해온 한국팀은 이번에 허영호 2단.홍민표 3단.박지은4단 등 3명이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줄줄이 탈락하여 우승이 흐릿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12~17일 부산에서 치러진 대회 2라운드 막판에 원성진이 예상을 뛰어넘는 대활약으로 분위기를 일거에 바꿔놓았다.

한국이 원한 시나리오는 원5단이 1, 2승을 거둬주고 철벽 골키퍼 이창호9단이 뒤를 맞는다는 것이었는데 3승이나 올리면서 먹구름이 활짝 걷히고 탄탄대로가 열린 것이다.

현재 한국은 원성진5단과 이창호9단 2명이 남아 있고 일본은 가토 마사오(加藤正夫)9단과 린하이펑(林海峰)9단 두 노장이 살아 있다. 중국은 국내 랭킹 1위의 구리(古力)7단 한명. 내년초 이어질 농심배 3라운드는 원성진과 구리의 대결로 시작된다.

◇"첫 우승컵 양보 못해"=28일 최철한5단과 원성진5단의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 5번기가 시작된다. 어릴 때부터 친구인 두사람이 생애 첫 우승컵을 놓고 양보할 수 없는 진검승부를 펼치게 된 것이다.

최철한은 현재 50승을 거둬 역시 50승을 기록하고 있는 안조영7단과 2003년도 다승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승률에선 82%로 최철한이 단연 1위. 천원전 준결승에선 조훈현9단을 격파하는 등 한마디로 날이 시퍼렇게 서 있다.

최철한과 원성진의 대결은 패배를 잊은 젊은 상승장군의 대결이란 점에서 흥미롭다. 천원전은 지난 3년간 이세돌-박영훈-송태곤 등 신예들이 우승을 거둬왔는데 이번에도 우승컵은 신예 차지가 됐다.

◇중국 강자 셰허 눌러=박영훈4단이 이창호9단을 탈락시킨 중국의 셰허(謝赫)5단을 제압하고 삼성화재배 결승전에 오른 것은 중량감에서 원성진-최철한의 활약을 뛰어넘는 것이다. 박영훈은 2001년에 이미 천원전에서 우승, 3명 중에서 가장 먼저 타이틀홀더가 됐다. 박영훈은 오는 12월 7일부터 조치훈 9단과 결승전을 치른다.

최철한은 1985년 3월생으로 97년 프로가 됐고 박영훈은 85년 4월생으로 99년 프로가 돼 입문은 가장 늦었다. 85년 7월생인 원성진은 98년 입단했다. 모두 서울생.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