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국군포로 강제북송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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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군포로로 북한에 억류된 지 50년 만에 한국행 탈출을 시도했다가 지난 13일 중국 공안에 체포된 전용일(72)씨가 강제 북송의 위험에 처했다.

20일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위조 여권을 이용, 한국으로 들어오려다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공항에서 붙잡힌 全씨는 19일 북한과 가까운 옌지(延吉)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안이 全씨를 옌지로 이송한 것은 全씨를 단순 불법 입국자로 간주, 실질적인 북송 조치가 이뤄지는 투먼(圖們)의 탈북 수용소로 보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먼 수용소는 탈북자 인수를 위해 북한 국경 수비대가 일주일에도 몇 차례씩 들르는 곳이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全씨를 국군포로로 간주, 이미 중국 당국과 교섭하고 있는 상태며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全씨를 북한에 강제 송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또 여러 정황으로 보아 全씨가 아직 중국에 있는 것을 확신하며 이 경우 과거 탈북자 문제와 관련, 인도주의적 입장을 견지해 온 중국 당국이 한국 정부의 요청과 全씨 자신의 의사에 반해 全씨를 북송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 류젠차오(劉建超)대변인은 이날 정례 외신기자 회견에서 全씨의 한국행 허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상세히 알아본 뒤 답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경북 영천 출신인 全씨는 1951년 입대, 제6사단 19연대 3대대 2중대에서 복무하던 중 53년 7월 강원도 금화군 제암산 고지 전투에서 포로로 붙잡혔다.

全씨는 지난 6월 말 탈북, 대리인을 통해 9월 하순 한국대사관에 귀국 의사를 밝혔으나 본인에 대한 신분 확인 작업이 늦어지자 위조 여권을 이용, 자체적인 한국행을 꾀하다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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