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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앤문 연루설 시비 가려 거짓말 한 쪽이 옷을 벗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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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호철 청와대 민정1비서관이 화를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평소엔 좀처럼 언성을 높이지도, 남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그가 "그냥 못 넘어간다"며 끝장을 보겠다고 팔을 걷었다.

단순히 정권 실세의 엄포나 협박은 분명 아닌 것 같다. '썬앤문 측으로부터 95억원을 받아 노무현 후보 측에 전달했다'는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의 국회 발언을 놓고서다. 李비서관은 20일에도 분을 삭이지 못했다. "95억원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을 수 있느냐"며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그 엄청난 돈을 받았다고 주장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아무리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라도 그 직을 유지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측이 썬앤문 사건 관련 녹취록을 갖고 있고, 그 녹취록에 자신의 이름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면책특권의 병풍 뒤에서 문제의 녹취록을 인용하며 자신의 이름을 거명한 것에 분개하고 있다. 그는 "'이호철 특검'을 해서라도 진실을 가리자. 그러기 위해 許의원은 정정당당하게 링으로 올라와야 한다"며 "거짓말을 한 쪽이 옷을 벗자"고 제안했다.

특히 "여당의 힘이 권력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면, 야당의 힘은 진실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한나라당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충고까지 했다. 다소 흥분을 가라앉힌 그는 "이광재가 떠나고 나니 이제 내가 타깃인가 본데…"라며 "청와대 비서관이 무슨 그렇게 대단한 자리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내년 총선에 이호철 비서관이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할지 모른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았었다"며 "해당 지역구 의원인 許의원이 李비서관의 출마설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李비서관은 "대장(盧대통령)이 아무리 나보고 하라고 해도 내가 할 수 없는 게 정치"라며 출마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잘랐다. 한편 李비서관의 이 같은 강경 반응에 대해 폭로 당사자인 許의원은 "녹취록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며 한발 뺀 뒤 "우리 당에서 김성래를 면회한 사람이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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