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사할린동포 후손들 교육에 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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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많은 사할린 동포가 열악한 경제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동포들에게 직접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인재들을 한국에서 교육시켜 사할린으로 다시 보내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년 뒤 한국에서 공부한 동포 2, 3세들이 사할린 경제의 주역으로 등장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장제국(張濟國.39) 부산 동서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사할린 동포 인재양성 캠페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와 일본 게이오(慶應)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동서대 국제협력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는 "현재 4만3천여명의 동포가 사할린 일대에 살고 있다"면서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이주당한 동포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사할린 동포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할린 동포 학생 한명이 국내에서 공부하는데 한해에 약 1천1백만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입학금.수업료.기숙사비 등은 동서대 측이 부담하기로 했다.

사할린 동포학생들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는 지난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을 돌며 뜻있는 재미동포들의 도움을 청했다.

"지난 9월 사할린으로 갔을 때 사할린 한인회와 대학 측이 열명의 후보 학생을 선정해 두었습니다. 우수한 학생들이라 모두 데려오고 싶었지만 이 중에서 다섯명을 뽑았습니다. 이들은 내년 1월에 부산에 옵니다. 2005년부터는 더 많은 학생을 공부시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동서대는 사할린 동포 학생 생활비를 모금하기 위해 올 연말에는 공연예술학부 학생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재일동포를 대상으로 자선뮤지컬공연을 벌일 예정이다. 동서대 측은 사할린동포 학생들을 공부시킨 뒤 취직도 알선할 계획이다. 그래서 사할린에서 사업하고 있는 일본 종합상사와 미국의 석유회사 등과도 접촉했다.

"사할린은 천연가스와 석유매장 가능성이 큰 곳입니다. 그래서 기회가 많지요. 그곳 기업 관계자들을 만났더니 러시아어를 잘 하는 한인 동포들이 영어까지 구사하고 경영학.회계학 지식도 있다면 언제든지 뽑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로 유학을 오는 동포 학생들에게 이런 분야를 집중적으로 가르칠 생각입니다."

張교수는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당했던 '카레이스키'의 한(恨)은 이 캠페인을 통해 상당 부분 치유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서대 국제교류협력센터 사할린 인재양성 캠페인 연락처는 051-320-2092~3, e-메일은 이다.

글=김동섭,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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