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펀드 발매, 자금 끌어들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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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은행.증권.투신이 함께 만든 최초의 금융권 공동상품인 '코리아 주가연계펀드(KELF)'가 20일 발매에 들어갔다. 다음달 3일까지 은행과 증권사 영업점을 통해 일제히 판매된다.

이 상품은 재정경제부가 '10.2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 언급한 것으로 사실상 정부의 작품이라 봐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김진표 부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 영업점에 직접 들러 가입했으며,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도 조흥은행을 통해 가입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金부총리는 은행장 조찬모임에서 판매를 독려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 화답하듯 증권업협회는 19일 증권사 사장단회의를 열고 KELF를 적극적으로 판매키로 결의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KELF가 성공적으로 판매될 경우 외국인이 쥐락펴락하는 국내 증시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경우 주식을 거의 편입하지 않았던 반면 이번 상품은 성장형(주식형)이 최고 90%, 혼합형이 50%의 자산을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투신운용 이철성 마케팅팀장은 "지수 상승에 따른 차익을 얻으면서 지수가 급락했을 때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투자자들의 반응이다. KELF도 일종의 ELS 상품인데 기존의 ELS는 대부분 원금을 보장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KELF는 주식편입 비율이 높은 만큼 최고 9.4%(성장형)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원금 보장에 익숙해 있는 투자자로선 선뜻 돈을 내놓기가 어려운 대목이다. 또 투자자들이 15% 이상의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종합주가지수가 1,000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스럽다.

다음달 4~17일의 코스피200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기준지수가 달라지긴 하지만 성장형의 경우 지수가 858까지는 손실이 발생하고, 은행 정기예금 이자 수준인 4%의 수익률을 얻으려 해도 897선까지 상승해야 한다.

일부 투신사나 은행.증권의 반응도 심드렁하다. 펀드의 판매.운용 수수료는 주식형의 경우 연 2~2.7%, 혼합형은 1~1.5%인 반면 KELF는 1%에 불과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KELF의 마케팅에 집중하면 다른 상품의 판매가 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오히려 회사 수익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의도와 달리 시중자금이 새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 펀드에 머물던 자금이 KELF로 옮겨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외국계 투신운용사는 "기존의 펀드 고객이 KELF로 갈아탈 가능성이 더 큰 데다 운용 수수료도 너무 낮아 아예 운용에 불참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돈이 주식시장으로 오는 대신 같은 돈이 쳇바퀴를 돌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투신사 경영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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