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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옆구리가 시린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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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짝없는 이들의 옆구리가 더욱 시려지는 초겨울이다. 애정 전선에 영 불꽃이 일지 않는 분들, 마음이 스산한 분들이 아이디어와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 3편을 골라봤다.

마티(Marty)

정육점에서 일하는 서른네살 노총각 마티(어네스트 보그나인)는 주말마다 친구들과 "오늘 밤 뭐 할 거지?" 하다가 결국 술집에서 신문이나 뒤적인다. "자넨 언제 결혼하나.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는 이웃의 성화에 "난 뚱뚱하고 미련해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아요"라고 자조한다. 마티는 어머니의 성화로 댄스 클럽을 찾았다가 데이트 상대에게 버림받은 여선생 클라라(베티 블레어)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리 저리 차이다 보면 착해질 수밖에 없다"며 동병상련의 심정을 털어놓은 두 사람은 밤샘 데이트에 날아갈 것 같은 행복을 느낀다.

패디 차예프스키가 쓴 텔레비전 드라마를 델버트 만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 노총각.노처녀의 데이트라는 단순한 이야기를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간 연출력, 두 주연 배우의 정감 넘치는 연기로 1956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각본상을 받았다. 제작자인 버트 랭커스터가 영화를 소개하는 예고편이 인상적이다.

필로 토크(Pillow Talk)

정반대 성격의 남녀가 티격태격 말다툼 끝에 사랑에 골인한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다.

콧대 높은 실내 디자이너 제인(도리스 데이)과 플레이 보이 작곡가 브레드(록 허드슨)는 전화선 공동 사용자. "섹스광과 전화선을 함께 쓸 수 없다"며 항의하는 제인에게 브레드는 "내 전화를 엿들으며 대리 만족하려는 시도를 하지 말라"고 이죽거린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채 으르렁거리던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빠지는데….

미남 배우 허드슨의 능청과 친근하고 건강한 이미지의 도리스 데이의 콤비 플레이가 일품이다. 화려한 의상과 실내 디자인 또한 돋보이는 마이클 고든 감독의 1959년 작. 유언 맥그리거와 르네 젤위거 주연의 최신작 '다운 위드 러브'는 이 영화를 모델로 했다.

디자이닝 우먼(Designing Woman)

스포츠 저널리스트 마이크(그레고리 펙)와 의상 디자이너 마릴라(로렌 바콜)는 한눈에 반해 결혼한다. 그러나 거친 남성 세계와 우아한 상류사회 문화에 속한 둘의 결혼 생활이 순탄할 리 없다. '필로 토크'와 마찬가지로 남녀의 애정 싸움, 화려한 의상과 실내 장식이 감상 포인트. 빈센트 미넬리 감독의 1957년 작이다.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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