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엘류號 '목적지' 확실히 정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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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투 코엘류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지난 2월 말 부임한 후 그의 성적은 12전5승1무6패다. 5승 중 4승은 아시안컵 예선에서 네팔(2승).베트남.오만(각 1승) 등 아시아권의 약체 팀을 상대로 한 승리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승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18일 불가리아전 패배는 해외파까지 가세한 가운데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일 월드컵을 치르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한국축구의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향점은 어딘가

코엘류 감독은 부임 직후 자신의 목표에 대해 "눈앞에 닥친 경기가 1차 목표, 2004년 아시안컵이 다음 목표, 2006년 월드컵이 그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 가지 목표는 선수 기용을 포함한 팀 운영에서 상치될 수밖에 없다. 2006년을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코엘류 감독은 12차례의 A매치를 치르면서 콜롬비아.일본전에서는 조병국으로 대표되는 올림픽대표급 선수를 불러 세대교체에 신경을 쓰는 듯하더니 브라질.우루과이전에는 이기형.박충균을, 아시안컵 예선에는 최진철.김태영을 불렀다. 그러더니 불가리아전에는 유상철.이상헌.박재홍 카드를 꺼냈다. 선수들의 부상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도무지 코엘류 감독의 지향점을 읽을 수 없다. 신문선 SBS해설위원은 "코엘류 감독이 하루 빨리 자신의 목표를 확실히 해야 방향성을 가지고 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훈련시간은 충분한가

코엘류 감독은 "훈련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말을 반복한다.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는 대표팀 키플레이어 대부분이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국내파와 해외파가 조직력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된다. 이런 문제점은 일본도 똑같이 안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지난달 아프리카(튀니지).유럽(루마니아)원정을 통해 해외파를 점검했고, 지난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프랑스)까지 포함하면 올해만 네 차례의 A매치를 유럽에서 치렀다. 장기간 합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A매치를 앞둔 며칠간은 가장 좋은 훈련기회다.

그러나 대표팀은 올해 오만 원정과 한.일전 한 차례를 제외한 모든 A매치를 국내에서 치렀다. 내년 아시안컵도, 2006년 월드컵도 원정경기다.

▶불신임이냐, 지원이냐

일본에서 활동하는 축구기자 신무광씨는 '포스트(Post) 히딩크'의 한국과 '포스트 트루시에'의 일본이 같은 함정에 빠졌다고 말했다. 후임자(코엘류.지코 감독)들이 각각 전임자가 구축한 토대를 허물고 다시 시작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코 감독은 일본축구협회의 지원 속에 친형 에두를 포함해 코칭스태프 중 3명을 브라질 출신으로 구성한 반면, 코엘류 감독은 피지컬 트레이너만 포르투갈에서 데려왔다. 히딩크 전 감독에게도 핌 베어벡 코치와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피지컬 트레이너, 아프신 고트비 비디오분석관이라는 손발이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감독-코치 간 불화설까지 흘러나온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만.베트남전 참패 직후 감독 경질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최고위층 말 한마디에 입장을 바꾼 바 있다. 늦기 전에 바꾸든지, 전폭지원하든지 분명히 해야 한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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