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대사관 청사만 신축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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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돼온 옛 경기여고 부지 미 대사관 건립 문제와 관련, 미 대사관 직원 숙소를 제외한 대사관 청사만을 짓는 방안이 정부에 의해 적극 추진되고 있다.

대사관 신축 여부의 중요한 기준인 문화재 위원들의 지표조사 결과는 "궁터임이 확실한 만큼 보존해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어, 문맥만 따른다면 건축 불허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 고위 관계자는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18일 고건(高建)국무총리의 주례보고 자리에서 경기여고 부지에 대사관 청사만이라도 신축케 해달라는 미 대사관의 요청에 대해 적극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19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따라 총리실은 국무조정실에 파견된 문화재 위원들과 (청사 신축이 성사되도록)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지어진 캐나다 대사관 및 모 언론사 별관 등 다른 건물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비자 발급 지연 등 우리 국민에게 가해질 부담 등을 고려할 때 미 대사관 신축이 긴요하다"며 "미국은 부지에 속한 유물들은 충분히 보존한다는 입장 아래 숙소를 빼고 청사만 짓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해 왔다"고 덧붙였다.

실무부처 관계자들도 "신축 불허 결정이 나올 경우 대사관 측에 4대문 안에 대체부지를 제공해야 하나 마땅한 땅이 없는 데다 구입비로 막대한 부담이 든다"며 "지표조사위원조차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점과 대사관 신축이 국가 간의 약속인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표조사에 참여한 최몽룡 서울대 교수는 결과보고 회의에서 "대체부지를 마련,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 주장하면서도 "현 부지는 미국 소유이고, 2001년 인근 캐나다 대사관 건축을 사전조사도 없이 승인한 상태에서 미 대사관만 건축을 불허할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이 같은 정부 기류에 따라 28일로 예정된 문화재위원회의 최종 심의는 일단 연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강찬호.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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