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객석] '원조 왕' 율 브리너를 넘어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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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왕과 나'의 왕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동명 영화에 출연한 율 브리너를 떠올릴 것이다.

영화로 잘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왕과 나'의 원년 멤버다. 195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왕과 나'에서 인기를 얻은 그는 56년 동명 영화에 출연, 매력적이면서도 약점있는 전제 군주의 역할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후 삭발한 머리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율 브리너는 영화.방송 활동을 하면서도 뮤지컬 무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84년부터 본격적으로 뮤지컬에 출연한 그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무대에 올랐다. 85년 폐암으로 사망하기까지 그는 34년간 총 4천6백여회에 걸쳐 '왕'으로 군림했다.

'왕과 나'의 한국 공연을 앞두고 일찌감치부터 왕의 역할을 누가 맡게 될 것인지가 화제였다. 카리스마와 연기력을 두루 갖춘 배우 유인촌이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공연을 두달 앞두고 탤런트 김석훈이 전격 캐스팅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12월엔 뮤지컬 배우 남경주가 더블 캐스트로 투입된다. 제작진은 김석훈을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왕으로, 남경주를 부드럽지만 지조 강한 왕으로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과연 어떤 왕이 율 브리너의 인기를 넘어설 수 있을지 기대된다. 02-556-8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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