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주택대출 3천억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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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A은행은 지난해 10월 이후 주택담보비율(LTV: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을 해당 주택의 감정가격으로 나눈 것) 기준을 넘어 대출을 받은 고객들에게 기존 대출금의 20%까지 추가 대출해주는 방법으로 모두 1천1백30억원을 부당 대출했다.

B은행은 주택의 감정가격을 책정할 때 2~3개 평가회사의 평가금액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적용해야 하는 대출심사 기준을 어기고 가장 높은 가격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모두 1천억원을 편법 대출했다. 금융감독원의 실태 조사에서 드러난 편법 주택담보대출 사례들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지난 1년여 동안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늘리기 경쟁에 나서면서 각종 불.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금감원이 최근 17개 은행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 10월 말까지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 등 주택 투기지역에서 규정을 어기고 부당하게 나간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2천5백억~3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유형별로 보면 LTV를 넘긴 초과대출이 가장 많았고, ▶대출 기간을 변칙적인 방법으로 운용하거나▶높은 감정가격을 적용해 대출금액을 늘린 사례가 뒤를 이었다. 일부 은행은 담보대출을 유치한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늘린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대기업 대출 수요가 줄어들자 담보가 확실하고 영업이 쉬운 주택담보대출에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9월 말 현재 은행권의 주택 담보대출은 1백46조2천억여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1%가량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가계자금대출 증가율(10.6%)을 웃도는 것이다.

특히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에 나간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7.1%에 달했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자금 중 70% 가까이를 투기우려 지역에 쏟아 부은 셈이다.

금감원은 편법 대출금 가운데 투기목적이 분명한 경우 대출금을 회수하도록 은행에 지시할 방침이다. 또 편법 대출 규모 및 건수가 많은 은행에 대해서는 최고 경영자를 문책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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