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할리우드의 '주인'은 힐러리였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맺어왔고, 힐러리가 그대로 이어받은 덕분이다. 폭스 패밀리 채널을 32억 달러에 판 하임 사반, 패러마운트사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였던 셰리 랜싱, 유명 프로듀서 스티븐 빙 등이 힐러리 팬이다. 최고의 여배우로 명성을 날렸던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25일 힐러리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개인 후원금 한도인 2100달러를 그에게 보냈다.
그런 힐러리의 아성을 무섭게 흔드는 이가 오바마다. 다음달 20일 LA 베벌리힐스 힐튼 호텔에서는 오바마 후원 리셉션이 열린다. 영화제작사 드림웍스SKG를 앞세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데이비드 게펜, 제프리 카젠버그가 주최하는 행사로 1인당 참가비는 2300달러다. 이 행사엔 700여 명이 초청되며, 티켓 20장(4만6000달러) 이상을 산 사람들은 행사 후 게펜의 궁전 같은 저택에서 열리는 만찬에 초대된다. 민주당의 정치자금은 전통적으로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모금되고 있다.
억만장자 게펜은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이미 선언했다. 그는 살인죄로 30년간 복역 중인 인디언 배우 레너드 펠티어에 대한 재판이 잘못됐는데도 클린턴이 대통령 시절 그를 사면하지 않았다고 비난해 왔다. 올리버 스톤 감독과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배우 조지 클루니 등도 오바마 지지자다.
오바마가 할리우드를 공략하자 힐러리도 대응하는 행사 계획을 잡았다. 그는 3월 24일 하임 사반과 투자은행가 심 패러의 LA 집에서 '만남의 밤'이란 연회를 연다. 여기엔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대거 참석할 것이라고 AFP통신 등이 25일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힐러리의 지지율은 41%로 오바마(17%)를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