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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미·체 필수 과목 확대 방안 … 교총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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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윤종건(63·사진) 회장은 26일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는 예체능 교과목 확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전인 교육을 위해 음악.미술.체육 교과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입시를 앞둔 고 2, 3 학생에게 필수로 이수하도록 하면 너무 큰 부담을 주게 된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윤 회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과목 확대 문제는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부모의 부담을 덜어 주는 틀 안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예체능 과목은 고 1까지만 의무적으로 공부하도록 한 현행 국민교육공통과정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사들이 수업 시수를 늘려 달라는 것은 자신의 과목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겠지만 '밥그릇'에 연연해 교과목을 억지로 늘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초.중.고 교사와 교수 등 전국 18만3000명의 회원을 둔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은 이날 이런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회원 중에는 예체능 관련 교사와 교수가 1만1000여 명 포함돼 있다. 윤 회장은 "학생 학습 부담이 늘고, 해당 교사의 반발이 있더라도 교육적으로 필요하면 교과과정을 바꾸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교총은 성명서를 내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 우선 회원 교사들의 의견을 물어봤다.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3%가 "교과목 확대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은 예.체능 과목에 대한 내신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예.체능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교사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교총이 설문조사 결과를 가지고 예체능 교과목 확대 반대 성명을 내기는 쉽지 않았다.

교총은 교육전문가와 예체능 교사의 의견을 듣고 외국 사례, 설문조사 결과를 놓고 집행부가 서너 차례 마라톤 회의를 했다. 회의에서는 "예체능 과목 확대를 반대하는 의견을 내면 담당교사의 반발과 탈퇴가 우려되니 공식 입장을 내지 말자"는 주장도 나왔다. 한재갑 대변인은 "교사 입장을 옹호해야 할 집행부가 반대 의견을 내기가 어려워 진통도 있었지만 '밥그릇' 지키기보다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생각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12일 초등학교 5학년이 고교 2학년이 되는 2012년부터 기술.가정, 음악.미술, 체육 교과를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최종안은 2월 말에 확정할 계획이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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