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공산주의 교육은 어머니 몫-자료와 목격담으로 본 가정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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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TV에 방영된 폴란드 영화사의 북한정권 40주년 기념행사 다큐멘터리는 김일성에 대한 개인숭배 못지 않게 북한 주민의 집단주의적 모습 때문에 충격적이었다.
북한식 집단주의에 관한 설명은 여러 각도에서 가능하겠지만 정치사회화의 초보단위인 「가정」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북한에서는 사회자체를 「혁명적 사회주의 대가정」으로 만들어왔고 수령(지도자)-당-대중(일반주민)의 일심단결을 부르짖어왔다.
여러 가지 자료와 방문객의 목격담에 기초해 북한 가정에서 언뜻 느껴지는 분위기는 낮 시간에 주부가 없고 어린이들도 탁아소·유치원에 가고 없어 노인들을 빼면 대개 텅 비어 있는 가정이 많다는 점이다.
또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소년단·사로청 등 조직활동에 참가해 북한식 집단주의와 사회화과정을 겪으므로 가족성원 개개인의 행위에 대해 비판적 안목을 갖게 되는 수가 많아 가장의 전통적 권위가 서기 어려운 분위기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5호 담당 선전원」제에 의해 모든 가정이 사회적으로 노출되어 공동체적 생활이 일상화되고 사생활의 비밀이 유지되기 어렵다는게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가정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을 방문한 많은 사람에 의해 북한에도 우리의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정모습이 있다는게 확인된다.
북한가정의 법적·제도적 측면과 실제적 측면을 알아본다.

<법·제도>
북한에서는 「가족법」을 따로 성문화하지 않고 헌법 속에 가정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72년의 사회주의 헌법에는 『결혼 및 가정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국가는 사회의 세포인 가정을 공고히 하는데 깊은 배려를 돌린다』(63조)고 명시돼있다.
북한에서는 가정을 결혼과 육친적관계에 기초해 생활을 함께 해나가는 생활단위로 이해하고 사회구성의 기초단위로 인식한다.
이에 따라 가정은 자녀출산, 노동력 공급, 자녀양육과 교육, 경제적 공동생활 등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북한에서는 「자녀들을 공산주의적으로 교양 해야 하는 어머니들의 과제」도 유난히 강조된다.
특히 노동중시 정책에 따라 「일하기 싫어하고 놀고먹으려는 나쁜 버릇」과 「이기주의사상」을 없애는 것이 중요과제로 설정되어 있다.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여성학전문가 남인숙교수(효성여대)는 『각 가정의 혁명화에 골몰하고 있는 북한은 개인의 취미·지식·소실·사상동향 및 일체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5호 담당제를 통해 「붉은 가정창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 5호마다 열성당원 1명을 배치해 가족회의를 열게 하는 등 가정생활 일체를 지도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편 46년 7월30일에 공포된 「북조선의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은 자유결혼과 자유이혼의 원칙, 일부 일처제의 원칙 등을 규정함으로써 제도적으로 가정상의 남녀평등을 보장해왔다.
처음에는 결혼서류를 해당 인민 위원회에 제출하여 수리되면 결혼이 성립됐으나 그 뒤 55년 3월5일 공포된 「공민의 신분 등록에 관한 규정」(10조)에 따라 등록절차를 밟게 됐다.
즉 처음에는 합의 이혼제와 재판에 의한 이혼제가 채택됐으나 그 뒤 56년 3월8일 내각 결정 24호에 의거, 합의 이혼제를 폐지함에 따라 재판에 의한 이혼만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임신중이거나 생후1년 미만의 자녀를 양육하는 여자는 비록 이혼청구의 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이혼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밖에 북한에서는 일부일처제에 따라 첩을 둘 수 없으며 공·사창 및 기생도 완전히 금지돼 매춘도 찾아보기 어렵다.
47년부터 혈연과 문벌을 상징하는 호적도 없애버렸다.
50년대 중반의 농업협동화 정책에 따라 가정 단위로 농사짓던 여성들이 개인자격으로 협동조합에 가입, 독립된 노동자로 집단노동에 참가하게 됐다.
이 결과 가정내에서 가장의 권위가 자연히 약화되고 여성과 젊은 세대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으며 조직생활 때문에 여성의 사회의식 또한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탁아소·유치원이 증가했다.
72년 사회주의 헌법은 여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여자는 남자와 똑같은 사회적 지위와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산전 산후 휴가의 보장, 여러 어린이를 가진 어머니를 위한 노동시간의 단축(아이가 3명 이상일 경우 6시간 노동하고 8시간에 해당하는 월급을 받게 돼있다), 산원·탁아소 및 유치원망의 확장, 그 밖의 시책을 통하여 어머니들과 어린이들을 특별히 보호한다.
국가는 여성들을 가정의 무거운 부담에서 해방하며 그들의 사회에 진출할 온갖 조건들을 보장한다.』
이 같은 헌법 조항이 가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물론이다.
유아를 탁아소에 맡기는 것이 규정상 강제는 아니다. 그러나 하루 7백g의 개인식량을 배급받으려면 직장에 나가야하고 그러자면 아이를 집안에서 맡아 길러줄 사람이 없는 대개의 주민들은 탁아소·유치원에 아이를 맡기게 된다.
탁아소 외에도 여성들의 가정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식료가공품은 물론 밥공장·가족식당·화학빨랫집(세탁소)등의 편의 시설을 갖추는데 주력하는 한편 현대적인 부엌세간(가정용냉동고·세탁기·전기밥가마·재봉기)을 갖추는데 정책적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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