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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감춘 맑은물 처방-「페놀사건」그 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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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3월l6일 두산전자 구미공장의 페놀 폐수유출로 시작돼 전국을 「식수공포」속에 몰아넣었던 낙동강 오염사고가 석달이 지났다.
사고 후 정부는 ▲환경관련법령 보강 ▲상시 수질감시제도 운영 ▲지도단속 강화 ▲상수원 주변정화 대책 ▲정수장 관리개선 ▲상수원 관리대책 ▲맑은물 공급대책 보완추진 등 장·단기대책을 내놓았다. 세분화하면 모두 39개 과제에 달하는 정부시책은 과연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본다.
달라진 것=환경법령의 보강과 상수원 주변대책에 속한 과제들이 좋은 결과를 냈다.
우선 고의로 유해물질을 내보내 공중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준 사람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는 것 등을 골자로 한 환경범죄 단속 특별 조치법을 제정, 공포했다.
또 페놀뿐 아니라 트리클로로에틸렌·테트라클로로에틸렌 등 3개 오염물질을 배출 부과금 대상에 새로 추가하고 7월1일부터 페놀의 경우 허용기준치를 넘은 배출량에 대해 kg당 15만원을 물리기로 확정했다.
또 페놀 배출허용 기준과 폐수종말 처리장의 페놀류 방류수 수질기준을 각각 종전의 5PPM에서 2PPM으로 강화키로 수질환경 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이와 함께 유독물 취급업 등록제도를 지난 5월2일부터 국내에 첫 도입, 연간 2백40t이상 취급업자도 모두 등록한 후 영업할 수 있도록 하고 무등록 영업자를 적발하는 단속을 벌이는 중이다.
상수원주변 정화대책의 하나로 물금·매리주변(경남 김해군 등 4개군·10개 읍면)을 지난4월25일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 이 지역내의 폐수 배출허용 기준을 50PPM으로 강화, 종전보다 2∼3배 높였다.
수역별 환경기준을 상향조정했으며 올해 팔당을 시작으로 물벼룩 등을 이용한 생물 경보시설을 내년에 전국4대강 유역에 8조 설치, 수질 오염을 상시 감시하는 체제를 갖추기로 확정했다.
이밖에도 건설부가 환경처와 협의,「공업입지 개발지침」을 마련, 발표해 상수원보호구역·수산자원보전지역·관광휴양지역 등 5개 지역에 새로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6월7일부터 막는 조치를 취했다.
고쳐지지 않은 것=부산시 보건환경 연구소는 월1회 실시해오던 주요하천 오염도 조사를 정부방침에 따라 주1회로 크게 강화하기는 했으나 비가 오는 날 시료를 취해 실제보다 훨씬 낮게 나온「엉터리」오염도를 발표한 것이 드러났다.
부산시 보건 환경연구소는 낙동강주변 감전천·장임천과 수영천의 오염도를 지난 4, 5월 세차례나 비가 온 날에 측정했으면서도『일기예보가 맞지 않아 그렇게 된 것』이라고 엉뚱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이에 대해 환경처 관계자는『물을 뜨는 시기는 수질이 안정돼 있다고 판단되는 날로 택하도록 규정돼있는 만큼 부산시의 조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수질측정이 인원·장비부족으로 일부 「전시행정」에 흐르고 있는 점을 시인했다.
또 수계별 합동단속반을 구성,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주변의 특정 유해물질 배출업소 1천5백55곳에 대한 「취약시간대 단속강화」도 약속했으나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수질 및 오염관리주체가 환경처(상수원수)·보사부(정수처리)·건설부(급-배수관)·시도 (가정수도전) 등으로 나뉘어 물파동 때마다 빚은 책임소재 논란을 막기 위한「물관리 일원화」추진은 이번에도 물거품이 됐다.
건설부 소관이었던 하수처리장사업(올해 예산 7백27억원)이 지난5월 위탁업무 형식을 빌려 환경처로 넘어와 내년부터 체계적 환경행정을 기대했으나 광역의회 선거를 앞둔 지난14일 돌연 이 기대감은 깨지고 말았다.
내년부터 하수처리장 건설에 필요한 돈줄을 내무부에 또다시 넘겨야 할 것이라는 경제기획원외 「지방양여금 특별회계」확대계획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측정치가 서로 달라 국민의 오해와 불신을 유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질측정기관간 공조체제를 확립키로 하고 그 방안을 6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협력행정에 구멍이 뚫려있지 않나 우려를 낳고 있다.
환경처는 국립 환경연구원과 별도로 환경정책을 연구하고 수준 높은 환경과학 기술개발 등을 담당할 정부 출연 연구기관으로 「한국정책 과학원」(가칭)을 신설할 계획을 세워 관련법을 5월말까지 입법 예고키로 했으나 아직 내놓지 못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89, 90년 수돗물 파동 때부터 낡은 상수도 배관망을 바꾸고 정수장 시설을 개량하겠다고 약속해왔으나 상수도 요금의 동결로 재원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여태까지 엄두도 못내고 있어 정부의 실천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수장의 시설 현대화와 근무요원 전문화를 누누이 내세워 왔으나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국토개발연구원은 국민총생산(GNP)의 1%를 제3차 국토 종합개발 계획 기간중 환경 부문에 투자하는 녹색계획(그린플랜)을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가 환경에 얼마나 관심을 쏟느냐에 따라 페놀사고이후 대책 중 ▲상수원 상류공단 하수처리장 13곳 건설 ▲광역 상수원 및 소규모 상수원댐 건설 ▲전국 오염하천 정화사업 ▲지방환경청 및 시도지도단속 인력 및 장비의 보강 등 일련의 환경정책이 좌우될 전망이다.
현장 그후=대구 다사취수장 근처 상수도물의 악취소동으로 터진 폐수사고의 원인자인 두산전자는 제2페놀사고(4월22일) 후 옹벽 콘크리트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보완조치를 취한 뒤 시험가동에 들어가 현재는 별탈 없이 조업중이다.
두산전자는 3월중 정부에 수질개선비 명목으로 2백억원을 기탁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대구시에 배상을 신청한 시민들(1만3천여건 접수)은 물질적·정신적 피해보상금 1백50여억원을 요구, 물적 피해액 11억원만 보상해 줄 수 있다는 두산전자 측과 맞서 대구지방 환경분쟁 조정 위원회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사고로 단속업무를 소홀히 한 대구지방 환경경 직원 7명과 페놀을 무단 방류한 두산전자 공장장 등 직원4명이 구속돼 현재 대구지법에서 재판에 계류중이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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