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에도 「북방시대」/시장에 선보일 북방상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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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페레스트로이카」등 출원 등록마쳐/「고르바초프」 불가,「볼쇼이」는 양론
기업제품의 얼굴인 상표에도 북방시대가 열리고 있다.
「페레스트로이카」「글라스노스트」 등 소련어로 된 이른바 「북방상표」들이 최근 특허청의 상표등록을 마쳐 곧 시장에 얼굴을 내밀게 돼있고,「볼쇼이」「고르바초프」「자이체프」「슬라바자이체프」 등도 상표등록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페레스트로이카」「글라스노스트」는 모피업계의 선두주자인 (주)진도가 최근 가장 발빠르게 등록한 「북방상표」 1,2호.
(주)진도는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소련산 밍크를 들여다 털옷을 만들어온 북방경제개척의 「숨은 주역」으로,이제는 그같은 이미지를 「드러내놓고」 살릴 때가 됐다고 판단,신사복·스커트·목걸이 등 10개 품목에 대해 상표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상표가 출원만 한다고 그냥 등록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모기업(출원중인 상표의 주인을 미리 알리는 것은 법으로 못하게 돼있다)이 출원중인 「고르바초프」와 「볼쇼이」가 그렇다.
고르바초프가 소련의 현직대통령이란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것으로 특허청은 『남의 나라 대통령 이름을 상표권으로 내줄 수는 없다』고 결론짓고 곧 거절통지이유서를 출원인에게 보낼 예정이다.
「볼쇼이」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
볼쇼이는 소련의 유명한 발레단 이름으로 「크다」라는 뜻.
상표법에 따르면 「좋다」등 물건의 성질을 나타내는 말은 권리대상이 되지 않지만,그 속뜻이 널리 알져지지 않은 외래어는 문자가 아닌 기호로 인정돼 등록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따라서 「볼쇼이」가 비록 성질을 나타내는 말이긴 하지만 본디 뜻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등록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외국 유명 발레단의 이름이 등록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기업 뿐만 아니라 중국기업들의 상표출원도 늘어 「북경동인당」「북경중약」 등 10여건이 출원돼있다.
특허청의 관계자는 『상표로 등록된 단어수는 22만여개로 웬만한 좋은 우리말은 이미 다 등록된데다 최근 기업의 해외진출이 늘면서 외래어·신조어의 출원도 따라 늘고 있다』고 말했다.<오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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