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맴도는「필적」수사-강씨 출두 1주일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전민 총무부장 강기훈씨(27)에 대한 검찰수사가 3일로 1차 구속만기(10일)를 맞게되나 강씨의 혐의사실 부인이 완강한데다 중요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마저 벽에 부닥쳐 원점을 맴돌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강씨에 대한 구속기간을 1차 연장(10일)해 보강수사를 계속, 드러난 혐의사실만으로 구속 기소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중요 참고인으로 파악된 전민련 관계자들이 잠적해 수사에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으나 앞으로 강씨를 기소한 뒤에도 수사를 계속해 유죄를 입증하겠다』 고 밝혔다.
검찰이 이처럼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은 강씨가 검찰수사에 핵심적 근거인 국립 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 결과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강씨에 대한 직접 조사를 통해서는 별다른 소득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강씨에 대한 기소까지 남은 10여일과 기소후의 수사에서 집중적인 참고인조사를 통해 강씨의 행적 중 유서작성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겠다는게 검찰의 복안인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사대상 참고인중 김기설씨가 분신자살하기 전날 밤 함께 술을 마신 전민련 임근재씨(27)와 김씨 분신 자살 후 강씨가 김씨의 여자 친구 홍모양(25) 등과 세차례 만날 때마다 참석한 강씨의 친구 김진수씨(27·단국대 민주 동우회 간사)등 2명을 가장중요한 참고인으로 보고 있다.
임씨의 경우 김씨가 분신 자살하려는 것을 알고 5월7일 저녁부터 8일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검찰은 ▲포장마차 주인을 조사한 결과 임씨가 술자리에서 다소 비장한 운동권 노래를 불렀고 ▲김씨가 임씨와 헤어진 뒤 4시간만에 신나 2통을 구해 분신했던 점으로 미루어 임씨가 분신자살 경위규명에 상당한 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검찰은 또 홍양에 대한 검찰수사를 앞두고 강씨가 홍양 등과 세차례나 만났을 때 함께 참석한 김씨에 대한 조사에서 강씨가 검찰수사에 적극 대비한 사실을 찾아내 이를 강씨의 혐의사실입증에 보탬이 되게 하겠다는 생각이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검찰이 강씨를 기소하는데 확보하고 있는 유력한 증거는 국립 과학수사 연구소의 필적 감정 결과와 강씨가 검찰수사 직후 자신의 필적을 숨진 김씨의 것으로 위장하려 했다는 홍양의 진술 등이다.
검찰은 『가장 과학적인 검증 방법인 국립 과학수사 연구소의 필적 감정결과와 강씨가 유서의 필체와 같은 자신의 글씨체를 숨진 김씨의 것으로 주장하려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법원에서 강씨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공소유지에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강씨와 전민련은 숨진 김씨가 흘림체·정자체 등 서로 다른 두가지 필체를 갖고 있었다는 주장과 함께 법정에서 강씨의 혐의사실을 벗겨낼 수 있도록 김씨의 필적을 공개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필적감정을 근거로 한 법원의 판단에 당사자인 강씨 측이 불복할 경우 논쟁의 소지가 계속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검찰이 강씨의 혐의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간접증거·정황증거를 얼마나 더 확보하느냐에 이번 수사의 관건이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상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