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지연장술, 키 높이는 요술지팡이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현재 자신의 키에 만족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국인의 체형이 점점 서양인들처럼 키가 커지는 동시에 팔다리가 길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사람들의 콤플렉스도 늘고 있는 상황. 이렇게 따지자면 키 큰 것도 축복이라면 축복이랄까.

몇 년 전 154㎝의 키로 고민하던 어느 대학교 졸업생이 취업을 위해 ‘일리자로프 수술’을 받았다가 8㎝ 정도의 키를 키웠지만 외출 중 넘어지면서 수술 부위의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이 학생이 시술받은 일리자로프수술은 다리뼈를 절단해, 뼈 사이에 철심을 박아 자라난 뼈만큼 키가 커지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시술로써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보통 9~10cm정도는 클 수 있는 사지연장술이다.

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 정형외과 박건보 교수에 따르면 사지연장술이란 여러 원인으로 인해 양측 다리나 팔의 길이에 차이가 날 때 짧은 측을 연장해 길이를 비슷하게 만들어 외관상으로나 기능적으로 정상에 가깝게 교정하거나 병적으로 키가 작은 환자들에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사지를 연장하는 수술 방법이다.

수술은 보통 전신마취 하에 하게 되는데 외고정 기기를 환자의 몸에 맞게 디자인 하고 스테인 레스 금속 핀 및 금속나사를 뼈에 박은후 외고정 기기에 고정하고 연장하고자 하는 뼈를 수술적으로 절단한다.

수술 후 5~7일째부터 외고정 기기의 나사를 돌리면서 뼈를 늘이기 시작하는데 보통 하루 0.5~1mm씩 늘이게 되는데 이같은 동작으로 뼈와 뼈 사이의 공간에 새로운 뼈가 생겨서 뼈의 길이가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새로 생긴 뼈가 충분히 굳으면 외고정 기기를 제거하고 일정 기간 석고 붕대로 보호한다. 치료기간은 개인마다 차이가 나지만 평균 1cm늘이는데 보통 1~2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박건보 교수는 "이로써 여러 난장이병 환자들의 신장이 늘어날 수 있게 된 발로가 되었고, 선천성 기형, 소아마비, 뇌성마비 혹은 여러 원인으로 양측 다리의 길이가 차이가 나거나, 다리가 휘어져 절름발이가 된 환자들에게도 길이의 차이를 없애는 등 정상적인 보행이 가능케 됐다"고 강조한다.

또한 개방성 분쇄골절, 악성 종양, 골수염, 심지어는 사지를 절단해야 하는 악한 상황에 이르지 않아도 되는 기존의 치료에서 한단계 발전한 의학 기술을 보여준 시술로 인정받게 됐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아무 장애나 기능적 문제가 없는데도 작은 키로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일반인들이 키를 늘릴 수 있다는 희망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와 관련, 박건보 교수는 “이러한 사지연장술에 해당하는 수술은 비교적 힘든 정신적 고통이 뒤따르며 부작용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어 무턱대고 키를 늘리겠다는 희망 하나로 시술을 받는 것에는 더욱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사지연장술이 활발히 시행되면서 왜소증 환자들의 키는 커졌으나 여러 합병증들로 인해 고통 받는 경우도 있다는 것.

정형외과전문병원 정동병원 김창우 원장은 “사지연장술에서 부작용은 신경, 혈관이나 근육 등이 뼈가 늘어나는 만큼의 연장에 이르지 못한 경우 나타나게 된다”며 “이때 신경의 마비나, 혈관에 문제가 생겨 출혈, 구획증후군, 심하면 뼈와 살이 곪는 괴사까지 일으킬 수 있는 우려가 크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사지연장술이 시행되면서, 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던 많은 사람들의 무릎이 제대로 구부려 지지 않거나, 발목이 뻣뻣해지거나 신경이 마비되는 등 장애를 부추키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김창우 원장은 “근육의 경우 관절을 움직이는 기능에 문제가 생겨 관절의 운동 범위가 감소 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힘든 점은 시술 후 원통형 외고정기를 오랜 기간 착용해야 하는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감내하는 일이다”고 우려한다.

일반적으로 사지연장술로 신장의 1cm 연장 시 아동의 경우 약 1개월, 성인의 경우 약 2개월가량 외고정기를 몸에 부착시키고 생활해야 한다.

또한 병적으로 팔이나 다리 길이에 차이가 나거나 팔다리가 휘어 있는 경우 사지연장술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단순 키가 작다는 이유 때문에 이를 키우기 위한 시술은 현재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전문의들은 사지연장술은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여러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꼭 필요한 사람만 수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상인이 키가 조금 더 커지기 위해서 사지연장술을 받는 것은 권장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의들은 “키를 크게 하는데 따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며 “단순히 키와 같은 외적인 모습의 변화를 위해 이러한 시술을 받는 것보다 마음의 키를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한다.【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