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불사른 “살신성인”/20대 양필석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물에 빠진 10대 셋 구하고 숨져
【하남=최훈·이철희기자】 30일 낮 12시10분쯤 경기도 하남시 팔당대교 하류 2백여m지점 한강에서 양필석씨(23·공원·하남시 덕풍동)가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이재성군(12·하남신정국교 6년)등 10대 소년 3명을 구해낸뒤 자신은 익사했다.
양씨는 이날 동네 선·후배 4명과 함께 사고지점에 있다 이군등 3명이 급류에 떠내려 가며 『사람살려』라고 외치자 4명과 함께 물에 뛰어들어 이군등을 모두 구해낸후 기진맥진한 양씨는 변을 당했다.
사고가 난 지역은 새로 건설중인 팔당대교 아래쪽 수상스키장부근으로 골재 채취와 다리건설공사 때문에 물막이공사를 해놓는 바람에 급류가 흘러 평소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군 등은 물가에서 수영을 하고 놀다 강복판쪽으로 떠내려오던 스펀지 조각을 줍기 위해 안쪽으로 몰려들다 급류에 휩쓸렸다.
양씨가 10여분간에 걸쳐 이군 등을 구조할 당시 사고현장 부근 둑에는 30여명의 시민들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으나 어느 한명도 양씨등을 도와주지 않았다.
숨진 양씨는 양재록씨(51·난방공)의 4남매중 둘째로 86년 청주기계공고를 중퇴한 뒤 89년 2월부터 월 55만원의 보수를 받고 가방하청업체인 K상사 공원으로 일해왔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30분쯤 잠수부 2명을 동원,사고지점 부근에서 양씨의 시체를 인양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