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해외차입 급증/6월말 35억불/작년보다 배나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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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수지 적자가 원인/단기위주서 중·장기 두드러져
올들어 국내금융기관들의 중·장기 해외차입이 급격히 늘고 있다.
1일 재무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이미 들여왔거나 교섭중인 해외차입금 규모가 41건에 미 달러화 기준으로 35억5천5백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는 작년 한햇동안의 32건,17억7천5백만달러를 금액면으로 갑절이상 초과한 것이다.
해외차입은 국제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87∼89년의 3년동안에는 거의 없다가 다시 적자로 반전된 작년부터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금융기관별로는 산업은행이 16억3천5백만달러(8건)로 가장 많고,수출입은행 7억6천만달러(5건),외환은행 3억7천7백만달러(3건) 등이다.
해외차입중 상환기간이 가장 짧은 것은 3년짜리이며,7∼10년의 장기차입이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는데 그동안 단기자금도입이 위주였던 것과 달라진 점이다.
한편 국제금융시장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차입환경은 과거에 비해 열악해진 편인데 이는 최근 3년동안 국제금융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다시피할 정도로 유대관계를 끊어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최근 국제시장에 다녀온 한 관계자는 『현지의 「고객명단」에 국내 금융기관들의 명단이 거의 빠져 있었다』며 『이를 다시 끼워넣는데 상당한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한국경제사정이 한때 좋아졌다고 해서 「거래」를 끊은 것은 물론 「왕래」조차 하지 않아 과거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과외비용이 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국제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잔주역할을 해온 일본계 은행들이 BIS(국제결제은행)가 정한 자기자본의 8% 의무적립 비율을 지키기 위해 추가대출을 자제하는 한편 기존 대출금 회수에 나서 국제시장 전반에 자금 경색현상이 나타난 것도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에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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