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체제 유지하며 「개혁」목표/창당 70돌 중국공산당의 오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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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무능·부패… 신뢰 잃은지 오래/절대권력고수­국민참여 사이서 고심
중국공산당이 오는 7월1일로 창당 70주년을 맞는다.
사실 창당시기가 1921년 7월 어느날로만 알려져 정확한 창당날짜가 불명확하지만 임의로 이날을 잡아 창당일로 기념해오고 있다.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할 고참당원을 포함,창당당시 50여명에 불과했던 당원이 이제 5천32만여명으로 늘어났다.
중공당의 근본이념(종지)은 『온마음 온뜻으로 인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전심전의 위인민복무)』이다.
10억인구의 20명꼴에 1명이 공산당원인만큼 타인에 대한 봉사는 차치하고 자기자신만이라도 원칙을 지킨다고 해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숫자다.
그런데 실상은 과연 어떤가.
공산당에 대한 민중의 시각을 나타내주는 말로 「당표를 손에 넣는다」는 표현이 있다. 이말은 당원이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당표란 실재하지 않는것으로서 사회적 성공이나 출세를 보장받기위해 당원이 된다는 것을 비난하는 민중의 비아냥거림이다.
그러므로 『이름만 있을뿐 그 실질은 찾아볼 수 없다(명존실망)』는 공산당에 대한 민중의 이같은 시각은 중공당 70년의 위상을 요약하고 있는 셈이다.
『전화가 걸려오면 결코 자신의 신분을 먼저 밝히지 않고 상대의 의도와 목적부터 캐묻는다. 그다음 자신의 「전략·전술」에 따라(아무런 신용이나 약속의 의무감없이)대응한다』는 이른바 「사회주의형 인간유형」이 문제로 제기되는 사례가 흔하다.
이같은 인간불신은 중공당통치의 결과물이며 동시에 개혁·개방정책 추진에 결정적인 약점이다. 사회적 동기부여와 적극적 참여를 찾아보기 어려운 변화된 중국의 사회풍토를 잘나타내고 있다.
중국역사의 오랜 배경도 있지만 사회주의 중국성립이후 반복되어진 격심한 정치적 파란은 어떤 형태로든 정치권력에 순응해야하는 「정치만능주의」를 심화시키면서 중국인의 헌신적 분투정신과 성취동기를 변질시키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중국최고실력자 덩샤오핑(등소평)이 『공산당의 지도는 곧 봉사』라고 표명했다. 그러나 민중에게는 『당의 지시에 따를 경우 손해를 보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는다』는 쓰라린 교훈만 남겼다.
실제 지난 45년이래 중공당원의 3대품격으로 제시되어온 이론과 실천의 결합,인민대중과의 긴밀한 유대,비판과 자기비판의 원칙(삼대작풍)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그대신 구호와 깃발,대중노선의 반객관성이 등장했다.
「물과 고기」의 관계로 비유되어온 당과 민중의 연결고리도 지난 66년부터 10년간에 걸친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결정적으로 깨지고 말았다.
한때 등소평이 비모택동화·문혁부정·근대화노선 등을 추진하면서 대중적 인기가 급상승했던 것도 중공당에 대한 새삼스런 신뢰회복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오쩌둥(모택동)시절의 간부는 청렴했고 화궈펑(화국봉)시절의 간부는 무능했으나 등소평의 간부는 모두가 부패했다』는 중국인들의 풍자는 이를 반증한다.
결국 당의 권력이 좌·우파의 어느쪽에 장악되어도 민중의 당에 대한 피동적 지위는 바뀌지 않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 모를 추켜세우고 등을 깎아내린것은 모가 좋아서가 아니라 등을 비난하기 위한 방편으로 모를 등장시킨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최근 중공당이 모의 고향을 시로 승격시키는등 상징조작을 통해 사회주의 이념과 공산당지배를 합리화하는 일련의 작업과 대비하면 실로 모의 존재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고 하겠다.
그렇다고해서 중국의 사회분위기가 등소평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개혁·개방을 내세운 등이 그의 후계체제를 미처 정착시키기도 전에 사망하는 것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천안문유혈진압사태(89년 6월4일)이후 정치적 중심권에 진출한 보수파는 절대다수의 민중들이 기피하는 세력이며 정치권의 안정이 취약한 상황에서 등이 사망할 경우 무엇보다 「천하대란」이 발생할 것을 민중들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점에서 내년말에 열릴 중공당 제14차 전국대표대회는 「포스트 등체제」구축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4전대회는 천안문사태로 중단됐던 인사를 대폭 쇄신하면서 자오쯔양(조자양)의 명예회복,리펑(이붕)·양상쿤(양상곤)등 보수 원로의 퇴진으로 개혁·개방의 토대가 구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공당은 세계적인 사회주의 세력의 퇴조를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계획경제와 시장원리를 결합하는 새로운 개혁방식을 통한 현상타개를 낙관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구최대의 인구를 먹여살려야하는 온포(최저수준의 생활)문제 해결을 우선과제로하면서 서구적 민주와 인권을 거부하는 「중국특유의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전제가 놓여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절대권력의 지위를 고수하면서 자체의 변화를 거부하는 중공당이 과연 내부결속을 유지하면서 민중들의 참여속에 개방·개혁작업을 목표대로 성사시켜 나갈지는 의문이 아닐 수가 없다고 하겠다.<홍콩=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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