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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 업체 '부천' "유행 앞서는 감각을 수놓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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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이제 섬유가 사양산업이라는 말들이 많지만 자수제품만큼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섬유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일반 의류의 장식 소재로 쓰이는 데다 유행에 민감해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

고급제품이다 보니 제조회사들은 자수제품을 귀하게 다룬다. 인천 남동공단 2단지에 위치한 아시아 최대의 자수제품 업체인 ㈜부천의 공장에는 트럭이 다니지 않는다. 혹시 제품에 손상이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영업사원들은 생산한 자수제품을 승용차 트렁크에 곱게 싣고 다닌다.

이 회사의 자수제품 품질은 세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일본의 세계적 내의류 업체인 와코루(Wacoal)에 연간 5백만달러어치를 수출한다.

부천은 야드당 1천5백원 수준의 원단을 들여다가 2만원대의 고가 자수제품을 만든다. 고가품이어서 수출 지역은 일본과 미국지역 두 곳뿐이다. 물론 싼 자수제품을 만들어달라는 곳도 있지만 일절 응하지 않는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디자인에 있다. 유행을 탈 만한 디자인을 해외 바이어에게 e-메일로 먼저 보여준다. 유행을 리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회사가 내놓은 디자인에 대해 일부 수정 요구는 있었지만 전면적으로 거절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인천 공장에 있는 디자인 개발실은 화실과 흡사하다. 디자이너들이 화폭에 자수 디자인을 그린 후 그것을 컴퓨터 화면에 다시 재생시킨다. 컴퓨터 디자인(CAD)이다. 이곳에는 12명의 디자인 개발인력이 있다. 전체 임직원의 15%가 디자이너인 셈이다. 이들 대부분은 자수 선진국인 스위스 등에서 6개월 안팎의 연수를 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2만여종의 자수 디자인을 내놨다. 1974년부터 자수제품을 생산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하루 평균 2개 이상의 디자인을 했다.

이 공장에는 15대의 전자식 자수생산 기계가 있다. 생산규모는 아시아 최대다. 스위스.이탈리아 등의 경쟁업체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1천48개의 바늘이 달려 있는 기기가 쉴새없이 돌아가면서 원단에 실을 꿰매 자수제품을 만든다. 하루에 1천5백야드 규모의 자수제품이 쏟아진다.

이원수 대표는 "자수제품의 유행 속도가 워낙 빨라 여차하면 시장을 놓칠 수도 있다"며 "자수제품의 디자인을 높이기 위해 원단 소재에 대한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이 원단 생산업체 부천산업을 따로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천은 지난해 1백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백2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출의 70%를 수출하고 있다.

고윤희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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