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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아이를 꼭 엄마가 키워야 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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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해리포터를 쓴 J K 롤링으로부터 소설의 무대를 마법학교 기숙사로 정한 이유를 들은 적이 있어요. 아이들은 어울려 자라야 싸우기도 하지만 평등한 인간관계를 배운다는 거죠. 아이는 꼭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것은 여성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일 뿐입니다."

세계적 여성학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줄리엣 미첼(63)교수가 최근 방한했다. 서울대가 여성학 강좌인 '여성과 사회' 과목 개설 2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특별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미첼은 케임브리지대 정치학부의 유일한 여자 정교수다. 1980년 국내에 번역된 그의 저서 '여성의 지위'는 여성학도들의 필독서가 돼왔다.

"흔히 여성의 사회 진출이라든지, 여성운동 때문에 출산율이 낮아진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입니다. 문제는 일하는 엄마들에게 사회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보육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한 미첼은 프랑스의 경우 국가가 자녀 양육비를 보조하고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등 제도적 지원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짧은 방문이지만 한국이 매우 남성중심적인 사회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성학자로서 겪는 성차별에 대해 묻자 그는 스물다섯살인 딸 얘기를 꺼냈다.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하고 TV방송국에서 일하는 딸이 같은 일을 하는 남자 친구에 비해 절반 정도의 임금만 받고 있다고 했다. 영국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차이와 차별은 다르지 않습니까? 남녀 간의 관계는 차별이 아니라 아름다운 차이로 남아야 합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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