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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동북아 패권전략 경계를"|유길재·현인택씨 월·계간지 기고서 「비대 일본」 지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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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반도 주변정세의 급변 속에서 우리에게 날로 비중을 더해 가는 일본을 주목해야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군사대국 일본의 재등장」이라는 우려와 경계에서 비롯돼 의미심장하다.
즉 막강한 경제력을 쌓아온 일본이 사회주의권의 변화로 시작된 세계질서 재편과정에서 동북아의 맹주로 급부상, 정치·군사적인 면에서까지 한반도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의 논의들은 특히 기존 연구의 감정적 편향을 벗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지금까지의 일본연구는 우선적으로 부족했을 뿐 아니라, 질에서도 반일이나 친일의 감정에 치우쳐 객관적 연구수준을 높이지 못해온 한계를 지녀왔다.
젊은 연구자들의 보다 과학적인 문제의식이 돋보인다.
계간 『사상』(사회과학원 편)여름호 특집 「전환기의 일본」과 월간 『전망』(대륙연구소 편) 5월 호 특집 「한일관계사의 실상과 허상」 등이 최근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다양한 논의 중 최대 관심사는 일본의 새로운 국제적 위상과 대 한반도 영향부분이다.
유길재씨(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원)는 월간 『전망』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의 동북아패권전략을 경계한다. 유씨는 일본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패권적 지위를 끊임없이 추구해 왔다』며 『경제력의 확보는 일본을 단순히 경제대국에만 머물도록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즉 일본의 방위비가 87년 마지노 선인 GNP의 1%를 넘어섰으며, 지난 81년부터 88년 사이 35%나 증가한 것은. 일본의 재무장화 경향을 지적하기에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재무장=군국주의화의 등식이 성립하지 않더라도 아시아지역 패권국으로서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는 명백하다는 것이다.
유씨는 『미국의 압력에 의해 규정 당해 왔던 일본의 대외정책이 최근 세계질서 재편과정에서 상대적 자율성을 되찾고 있다』며 『일본이 동북아 패권을 자임할 때 가장 먼저 하고자 하는 일은 한반도의 역학구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보다 항구적으로 고착시키는 것』이라고 전제한다.
이때 일본의 대 한반도 정책은 「한국의 안전」보다 「한반도의 안정」을 최상으로 보는 소극적이고도 방관자적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한반도의 안정=분단구조의 현상유지」를 의미한다.
유씨는 『최근 일본의 대북한 국교수립 움직임도 한반도 분단의 고착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일본의 패권국화를 저지하면서 남북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유지할 수 있는 합리적 방식은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 즉 남북당사자간의 직접적이며 긴밀한 협조유지』라고 강조한다.
반면 현인택씨(사회과학원연구원)는 계간 『사상』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의 한계를 지적해 주목된다. 현씨는 89년 일본의 우익정치인 이시하라와 소니사 회장 모리타씨가 같이 쓴 베스트셀러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에 대해 『일본은 「노」라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본이 아직까지 미국의「피보호자」위치를 벗어나지 못 했다는 것이다.
현씨는 일본군사력의 한계분석을 통해 대미 의존성을 확신한다. 즉 ▲일본의 방위비 급증은 엔고에 따라 과대 평가된 부분이 많으며 ▲일본의 주요무기는 미국으로부터 수입 또는 면허 생산되며▲미국의 핵심군사기술은 아직 일본에 이전되지 않고 있으며 ▲미일동맹구조와 미군주둔이 전력증강을 억제하며▲국내외적 재무장 반대여론이 강하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됐다.
현씨는 또 『일본은 「지도자적 사고」가 아닌 「추종자적 사고」(Catch-up Mentality)와 위기의식·소국적의식 등으로 세계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며 일본의 세계적 주도권 장악 가능성을 부인했다.
현씨의 주장은 『일본이 미국보다 우위에서 세계질서를 주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결론이다. 대부분의 연구자들도 일본의 세계적 패권장악에는 회의적인 시각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본의 동북아지역(나아가 아시아지역) 패권장악의 가능성이며 이는 매우 심각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들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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