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닝 드라마'에 홀린 미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미국에서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스포츠는 프로풋볼(NFL)이다. NFL의 TV 평균시청률은 10% 이상으로 다른 프로 스포츠보다 2~4배가량 높다. NFL에서도 시장가치가 가장 높은 현역선수는 단연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의 쿼터백 페이튼 매닝(31)이다. 22일(한국시간) 아메리칸콘퍼런스(AFC) 챔피언십에서 인디애나폴리스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 한때 3-21까지 뒤졌으나 18점 차를 뒤집고 36년 만에 수퍼보울에 진출했다. 그 중심에는 매닝이 있었다.

매닝은 두 차례나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이 없었다. 그래서 '빅 게임에서는 늘 언더독(underdog.질 것 같은 약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제41회 수퍼보울에 팀을 진출시키며 '새가슴'이라는 오명과 결별했다. 무엇보다 "세 차례나 수퍼보울 우승을 이끌었던 뉴잉글랜드 쿼터백 톰 브레이디와의 맞대결을 승리로 이끌며, 진정한 MVP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얻은 것이 가장 기쁘다.

매닝은 내친김에 수퍼보울(2월 5일.마이애미)에서 시카고 베어스를 꺾고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수퍼보울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고 싶다.

매닝은 실력만 최고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17일 미국 일간지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매닝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인디애나폴리스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매닝은 단 한시도 쉬지 못한다. 오히려 타임 아웃이 되면 더 바빠진다. 스타디움의 전광판이며, 대형 광고차를 통해 쉴 새 없이 상품광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닝의 MVP는 'Most Valuable Pitchman(가장 가치있는 TV 광고 모델)'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그는 스프린트(이동통신 서비스업자), 마스터카드, 게토레이, 리복, 디렉TV(위성TV 콘텐트) 등 상업광고뿐만 아니라 미국 적십자와 같은 공익광고에까지 출연하고 있다. 1400만 달러의 연봉(7년 9800만 달러)을 받지만 지난해 광고수입으로만 연 1150만 달러의 부수입을 올렸다. 그는 타이거 우즈(골프), 미하엘 슈마허(F1), 데이비드 베컴(축구)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스포츠 스타 중 하나다. AFC 챔피언십을 앞두고 소니 미국 현지법인이 HDTV 판매전략으로 'NFL 스타 중 누구와 디지털TV로 챔피언십을 보고 싶은가'라는 설문조사를 했을 때도 매닝은 41%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매닝의 광고는 유머가 넘친다. 특히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쓰고 콧수염을 붙인 스프린트의 광고는 큰 호응을 얻었다. 챔피언십이 끝난 뒤 일부 언론은 '매닝이 팬들을 웃기고 울렸다'고 보도했다. 매닝의 익살스러운 광고에 웃고, 그가 연출한 최고의 역전 드라마에 울었다는 것이다.

에디 화이트 리복 상무는 "그는 분위기, 스타성, 실력 등 모든 것을 겸비한 '풀세트' 모델"이라고 격찬했고, 제프 어반 게토레이 마케팅 책임자는 "그는 모든 면에서 균형 잡힌 최고의 선수이자 모델"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매닝은 "나는 8등급(아주 낮은 수준) 정도의 배우일 뿐"이라고 겸손히 말했다.

매닝은 NFL 가족이다. 아버지 아키도 NFL 쿼터백 출신이고, 동생 엘리는 뉴욕 자이언츠의 현역 쿼터백이다. 이런 사실은 그의 스타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

강인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