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전에 분양하자"… 지방 아파트들 '웃돈 보장'에, '반값 입주금'까지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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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중소형을 중심으로 달아오르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 분양시장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미분양을 처분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9월부터 시행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의 폭풍이 벌써 불고 있다. 업체들은 지방 분양계획을 수정하고 있어 공급 위축도 예상된다.

◆ 우울한 지방 분양시장=벽산건설은 지난해 3월 준공한 부산시 사상구 덕포동 신덕포 벽산 블루밍 아파트 350가구 중 계약 해지분을 팔면서 아파트값의 50%를 입주 후 4년 뒤에 받는 조건을 내걸었다. 분양가가 1억8000만원인 34평형의 경우 절반인 9000만원만 내면 입주할 수 있다. 회사 측은 계약금 9000만원의 이자도 4년간 부담키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계약 때 4년간의 이자 2000만원을 일시불로 계약자 통장에 넣어준다"며 "잇따른 정부 대책으로 미분양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우선 반값만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원개발은 바로 입주할 수 있는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동원로얄듀크 아파트를 분양가의 40%만 받고 팔고 있다. 나머지는 입주 후 1년6개월 뒤 내면 된다.

2003년 10.29 부동산대책 뒤 분양시장이 가라앉으면서 나왔던 '웃돈 보장제'가 다시 지방에 나왔다. 신일은 대구시 동구 신서동에 분양하는 신일해피트리(33~51평형 934가구) 중 15층 이상 일부 평형에 대해 '고객 안심보장제'를 도입했다. 아파트 입주 시점에 웃돈이 1000만원 이상 붙지 않으면 위약금 없이 계약원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기존 집값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분양이 많고 담보대출 규제 등으로 수요는 더욱 억제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20% 이상 올랐지만 부산.광주는 각각 0.7%, 2% 내리기까지 했다. 기존 주택시장 침체는 새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려 새 아파트 미분양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해 말 대구 지역 미분양 물량은 8732가구로 1년 새 1.6배나 늘었다. 1.11 부동산 대책 이후 값 하락이 예상되면서 분양권 매물이 쏟아지자 미분양 처분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 범어동 S공인 관계자는 "분양권 가격이 며칠 사이 2000만~3000만원 떨어졌다"고 말했다.

9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면 분양가가 내려갈 것이지만 분양시장 전망은 더욱 어두워진다. 쌍용건설 박호석 팀장은 "쌓여 있는 미분양이 많아 상한제로 분양가가 다소 내려가더라도 수요가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산 정관지구 등 지방 택지지구에서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도심 아파트보다 가격이 저렴했지만 수요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정관지구는 분양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계약률이 52%에 머물렀다. 중견건설업체 주택담당 임원은 "상한제로 오히려 업체들의 이윤만 줄기 때문에 주택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집중하고 지방 사업은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실수요는 선별 청약=내 집 마련 수요자들은 분양 물량과 분양 조건을 따져야 한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방에선 분양가상한제의 분양가 인하 효과가 수도권보다 적을 것"이라며 "가격 인하를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입지 조건이 좋으면서 분양 조건이 유리한 단지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낡은 집이나 작은 평형에서 옮기려는 갈아타기 수요자들도 마찬가지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청약 경쟁률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여 미분양을 노리고 나중을 위해 청약통장은 아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청권을 제외한 지방 투기과열지구에선 계약 후 1년 뒤 전매할 수 있지만 전매차익을 노린 투자 목적의 청약은 피해야 한다. 주택 수요가 가라앉아 있어 웃돈을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기존 주택을 원하는 경우는 인기 지역에서 오래되지 않은 아파트가 낫다. 분양가상한제 확대로 주택의 질이 문제가 되면 품질 좋은 기존 주택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침체로 지난해부터 분양 물량이 줄어든 데다 분양가상한제로 공급이 더욱 줄면 몇 년 뒤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

안장원.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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