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의사' 나올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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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병원 광고를 보고 진료비가 싼 병원을 골라 갈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의료단체는 22일 이 같은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달 임시국회에 개정안이 제출되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수 있다. 그러나 각 보건의료단체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반발도 거세 최종 확정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9차 회의까지 논의된 내용대로 개정안이 확정되면, 성형이나 라식.임플란트 수술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에 대해선 병원이 진료비를 싸게 정해 환자들에게 홍보할 수 있다. 민간 보험사가 진료비가 일정 수준 이하인 병원만을 묶어서 보험 상품을 파는 일도 가능해진다. 지금은 비보험 진료비를 의사가 자율적으로 정해 시.군.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이를 공개적으로 알려 환자를 끌어들이는 수단이 없는 것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에 대해선 가격을 낮출 수 없다.

또 의사.한의사, 의사.치과의사의 공동 개원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종합병원이 아닌 동네 의원 한곳에서도 이비인후과와 치과 치료를 한꺼번에 받거나 양.한방 진료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협진) 것이다. 의사가 한의사를 고용하거나 한의사가 의사를 고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지금도 양.한방 협진을 하는 병원이 있지만 실제로는 두 개의 병원을 각각 설립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자유계약직(프리랜서) 의사에 대한 제한도 풀릴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마취과 의사 등이 병원을 개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다. 수도권 대형 병원의 유명 의사가 지방에서 특진을 할 수도 있다. 종합병원 내에 '점포 내 점포' 형식으로 의원을 설치하고, 고가의 의료장비를 공동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의사의 책임과 재교육도 강화된다. 지금은 의사 면허를 따면 대한의사협회가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을 연 12시간만 받으면 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부가 주관하는 교육을 10년 단위로 받아야 한다. 의사협회는 이 방안이 결국 10년 단위로 의사 면허를 갱신하는 제도로 활용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 면허 갱신 문제는 전혀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것이 드러나면 형사처벌을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김영훈 기자


뉴스분석 환자 중심 의료에 초점 … 병원 무한 경쟁 예고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의료법 개정은 법률 제정에 맞먹는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55년 만에 골격을 바꾸는 것인 만큼 환자의 수요 변화 등을 반영한 대수술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현재 논의 중인 안대로 확정되면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병원을 고를 수 있게 된다. 공동 개원이 확대되면 양.한방, 내과.치과 등을 한번에 이용할 수 있다. 환자가 더 좋은 조건의 병원을 선택해서 다니게 되면 의료기관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경쟁을 통해 의료 서비스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의료의 질을 등한시한 채 싼값만 앞세우는'덤핑 진료'가 늘어날 수 있다. 대형 병원 선호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어 공공의료 체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농어촌 등의 의료 공백이 더 커질 가능성도 보인다. 최종 확정까지 과정도 험난하다. 의사협회, 간호사협회 등 각종 보건의료단체들의 이해 관계가 달라서다. 의사의 진료 행위 규정에서 '투약'을 빼는 문제, 의사.간호사와 간호사.간호조무사의 역할 분담 규정 등이 쟁점이다. 비보험 진료가 많은 치과의사들은 진료비 할인.홍보 허용에 반발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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