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에 무엇이 문제였습니까.
"대표적인 게 경쟁사가 겪었던 '실패의 추억' 이었습니다. 경쟁사가 90년대 초반 중국에 공장을 지었다가 10년을 못 버티고 철수했습니다. 거기서 지레 겁을 먹고는 중국 진출은 안 된다고들 생각하더군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 것이지요. 그동안 중국 시장 규모가 확 커졌고 정부 규제가 많이 풀렸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임직원을 설득해 중국 우시(無錫) 등에 공장 4개를 지어 가동하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의 실패를 보고 소극적이 된 것이었군요.
"'잘못되면 뒤집어 쓴다'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라는 생각이 팽배했었습니다. 도전을 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튀는 인사'를 해서 이런 생각을 바꾸려 했습니다."
-튀는 인사가 어떤 것입니까.
"LS전선에서는 50세까지 임원이 안 되면 끝이라는 게 상식으로 통했습니다. 때문에 50세를 넘긴 부장은 일손을 놓다시피 했죠. 그런데 얼마 전 임원 인사에서 50세를 넘긴 생산 분야 부장을 임원으로 승진시켰습니다.'열심히 일하면 늦게라도 임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불어넣은 거지요. 이렇게 고정된 틀을 바꾸는 게 혁신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 '창의성'이 화두입니다. 어떻게 해야 임직원들이 창의성을 잘 발휘할 수 있을까요.
"기(氣)를 살려야 합니다. 위에서 권위로 누르면 안 됩니다. 아랫사람의 쓸데없는 얘기도 끝까지 귀 기울여 줘야 합니다. 저는 임원회의에서 가능한 한 말을 않고 듣기만 한 뒤 제일 마지막에 방향만 정리합니다."
-재계에선 요즘 상속세가 과도하다고들 합니다만.
"큰 기업들이야 그렇지 않겠습니다만, 좀 작은 기업주들이 '상속세로 골치 앓느니 외국 투자자에게 비싼 값에 팔아 버리자'고 할까봐 걱정입니다. 국부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특히 기업가 정신이 약한 창업 3, 4세들은 그럴 우려가 큽니다. 사실 우리도 기업을 인수합병(M&A) 할 때 최고경영자(CEO)가 창업 3, 4세라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접촉합니다."
-올해 글로벌 사업은 어떤 것을 추진하십니까.
"그간 중국.베트남 등지에 공장을 지어 왔습니다. 올해는 연구개발(R&D) 분야도 해외에 진출할 겁니다. 일본 도쿄와 중국 우시.칭다오에 연구소를 세우려 합니다."
김동섭 산업데스크, 권혁주 기자<woongjoo@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 구자열 부회장은=고(故)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넷째 동생인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용 E1 사장과 구자균 LS산전 사장의 형이다. 1978년 당시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LG증권.LG투자증권 등에서 일했으며 2004년 LS전선 대표이사 부회장이 됐다. 지난해 9월 기업 혁신을 추진한 결과를 담아 'LS전선의 솔직한 혁신 이야기'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산악 자전거 매니어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