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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아파트경기 “찬바람”(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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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축주택 계약률 작년의 절반/과도한 공급 따른 장기침체탓
불과 1년전만해도 내놓기가 무섭게 팔리던 일본의 신축아파트 물건들이 요즘들어 극심한 매매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엄청나게 뛰어버린 아파트가격도 가격이지만 부동산업자들이 신축중인 물건을 과감히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축아파트 분양을 개시한 같은달에 매매계약이 성립된 비율,즉 계약률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동경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 85% 전후,오사카(대판)·교토(경도)를 중심으로한 긴키(근기) 권에서는 95%전후를 기록했다. 완매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처럼 활기를 띠던 신축아파트 매매가 금년 1개월에는 수도권에서 47%, 긴키권에서 35% 정도의 계약률에 그치는등 전대미문의 이변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계약률 부진에 뒤이은 신축아파트 분양건수도 줄어들고 있다.
전통적으로 봄철에는 신입사원용 아파트등의 분양이 활기를 띠어왔지만 금면 4월엔 지난해의 절반정도로 줄어들어 과거 20년간 최저 분양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부동산경제연구소측은 10년전 부동산 불황때 매매가 부진했음에도 불구,각 업체들이 무리하게 공급을 계속해 심각한 장기침제를 초래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 업체들은 그때의 교훈을 되새겨 용지취득이나 착공을 시작했으면서도 시장동향을 관망하느라 발매를 늦추고 있다』고 그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일본 부동산이 이미 침체국면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보는 경향이 많다.
일본정부는 만성적인 부동산 과열현상을 잠재우기위해 부동산업계에 대한 융자를 억제하는 강력한 금융정책을 실시하는 한편 지가에 대해 과세하는 지가세 신설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융자가 어렵게된 부동산업계는 직원을 총동원,기존물량부터 판매를 벌여 자본만들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중고아파트 시장은 이보다 한발 앞서 가격하락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살고있던 아파트를 팔고 신축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사람도 줄어드는 것은 필연적이다.
부동산업계는 이래저래 악순환이 거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급격한 아파트가격의 하락이 있을 것으로는 보고있지 않다.
이유는 건축비 상승이다.
일본은 최근 3∼4년 극심한 일손부족으로 임금상승 등에 따라 건축비가 두배 이상 올랐다.
아파트의 경우 총건축비가 70%를 차지하는데 반해 지가는 전체의 30%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앞으로 지가가 다소 하락한다 하더라도 아파트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일본 도시개발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용면적 75평방m(약22.7평)의 신축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평균 샐러리맨 가정의 연간 충수입에 비해 수도권이 10배,긴키권은 7.7배에 달했다.
5,6년전만 하더라도 수도권이 5배,긴키권이 4배 정도였다.
결국 정부에서 끝없이 뛰는 부동산가격을 잡는듯 하고 있으나 이미 집없는 샐러리맨들에겐 「그림의 떡」이 되어버린 현상황에서 이같은 아파트가격 하락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셈이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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