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돈줄 죄니 중기에 '이자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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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돈줄 죄기 정책이 중소기업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올해 경기가 지난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경기 둔화와 환율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긴축과 대출 금리 상승으로 금융 부담까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22일부터 중소기업 대출 금리(신용등급이 BB이면서 담보가 있는 중소기업 기준)를 최저 연 5.77%로 지난해 12월 말의 연 5.62%보다 0.15%포인트, 지난해 10월 말의 연 5.37%보다 0.4%포인트 올렸다. 10억원의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의 경우 석 달여 만에 연간 이자 부담이 5370만원에서 5770만원으로 400만원 늘어난 셈이다.

우리은행의 중기대출 최저금리도 지난해 10월 말 기준 연 6.07%에서 1월 22일 기준 연 6.44%로 올랐고 하나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공장담보 중기대출 금리도 연 6.46%에서 연 6.85%로 상승했다.

중기대출 금리가 이처럼 오른 것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지급준비율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지준율이 오르자 은행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금융채와 CD 발행을 늘리면서 시중 금리가 올랐고, 이의 영향으로 대출 금리도 오른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가뜩이나 위기 요인이 널려 있는 상황에서 석 달 만에 금리가 0.4%포인트씩 오르면 한계 중소기업 입장에선 치명적인 충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과 함께 중기 대출 증가 폭도 줄었다. 올 들어 18일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중기대출 증가액은 5563억원에 그쳤다. 중기 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9월 3조5743억원에서 10월 2조1573억원, 11월 3조4682억원, 12월 7757억원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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