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영화제목 길게 짓기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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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충무로에 「영화제목 길게 짓기」바람이 불어 10자 이상 파격적인 이름의 영화들이 줄줄이 제작돼 눈길.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 『나의 아내를 슬프게 하는 것들』 『19살 절망 끝에 부르는 마지막 사랑노래』 『우리는 지금 사랑하고 싶다』 『여자의 시대는 끝나지 않는다』 『세상은 살만큼 아름답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이제 그 여자는 여기 살지 않는다』 등이 그것들로 대부분 문장형태를 띠고 있어 제목은 힘차고 간결해야 된다는 불문율을 깨고있다.
이 같은 「영화제목 길게 짓기」바람은 2년 전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등이 히트하면서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 등으로 이어졌으며 유행에 민감한 충무로의 생리가 이를 뒤쫓아가 일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영화 70년 동안 나온 4천4백여편의 영화 중 l0자 이상의 제목이 40여편(1%)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1년여 사이 l0여편이나(90년 제작편수의10%) 긴 제목을 달고 제작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고 이는 제목으로라도 관심을 끌어 불황을 타개해 보자는 영화인들의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한국영화사상 가장 긴 제목은 74년 김영호 감독이 만든 24자 짜리 『눈물로 묻고 얼굴로 대답하고 마음속 가득히 사랑은 영원히』며 가장 짧은 것은 『한』(67) 『남』(68) 『나』(71) 『뽕』(85) 『팁』(88) 『흙』(60, 67, 78) 등 10여편이 있다.
또 68년 『미워도 다시 한번』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여성용 멜러물은 7자 제목이라야 산다는 유행이 번져 『저 눈밭에 사슴이』(69)부터 90년의 『홀로 서는 그날에』까지로 이어지고 있다.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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