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흐름 뒤바꾼 총리폭행/사회(지난주의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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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양 부검 막판에 극적타협/문목사 재수감 “강경”신호탄
고김귀정양의 부검여부를 놓고 검찰·재야가 지리한 공방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주초에 터진 한국외국어대생들의 정원식 총리서리 폭행사건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함께 재야·운동권의 입지가 급전직하하는 촉매제가 됐다.
폭행사건이 보도된 3일 저녁부터 언론사에는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고 외국어대는 학생들을 나무라는 시민과 동문선배들의 전화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시민들의 반응은 주의·주장을 앞세워 어떤행동이든 정당화하려는 학생운동권에 대한 준엄한 꾸짖음이었다.
○외대·경희대 새벽수색
○…검찰·경찰은 사건직후 정원택 총학생회장등 주동학생 16명의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수배했고 6일 새벽에는 외대·경희대에 경찰을 진입시켜 압수수색하는등 강력한 대응을 하고나섰다.
치안본부는 수배학생에 대한 전단 10만장을 만들어 지명수배(1명은 자수)했으며 7일에는 전국 시·도 경찰국수사·강력과장 회의를 열어 시국수배자 1백7명에 대한 전담반을 편성,검거하라고 지시했다.
반면 정총리서리 폭행사건에 대한 학생운동권의 반응은 국민들의 감정·정서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많은 지탄을 받았다.
전대협은 이 사건을 『전교조를 탄압한 공안통치 주범에게 가해진 정당한 응징』이라 주장했고,대학가에 나붙은 대자보에는 『국민들에게 청량제와 같은 상쾌함을 줬다』『당당한 쾌거』등으로 표현되고 있어 『어쩌다 대학에 이같은 비논리와 억지가 판치게 되었느냐』는 자탄의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학사제적등 부활키로
○…윤형섭 교육부장관은 정총리서리 사건직후인 4일 담화문을 발표,『학생들의 폭력에 대해 모든 공권력을 동원,단호히 대처해 이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63개대학 총·학장들도 5일 서울대 호암생활관에 모여 ▲엄격한 학사관리를 통한 교권확립 ▲학내폭력 엄벌과 함께 대학별로 「학풍쇄신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결의했다.
윤장관도 이날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으나 반려됐다.
파문의 진원지인 외대는 연일 교수회의를 열고 사후수습에 골몰,6일 주동학생 8명을 제적하고 이강혁 총장도 재단이사회에 사표를 제출했다.
한편 교육부도 ▲학사제적 부활 ▲학생회 예산사용 규제등 학원안정대책을 다각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7일 국회에서 85년 대학자율화시책 이후 사라졌던 학사제적을 부활시켜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기로 했으며 학생회비의 운동권 자금화를 막기위해 「사용목적 사전승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학칙을 개정,일정한 성적이상 학생만 학생회 간부에 출마토록해 학생운동의 건전화를 꾀할 방침이다.
○공안통치 논쟁 빚을듯
○…한편 검찰이 형집행 정지로 풀려났던 문익환 목사를 6일 재수감,정총리서리 폭행사건을 계기로 재야 및 운동권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을 가시화했다.
문목사는 지난해 10월 석방 이후 전국 25개지역을 순회하면서 1백6차례의 「방북보고회」 「초청강연회」등 각종 집회에 참석했고,특히 최근엔 강경대군·김기설씨·김귀정양의 장례위원장을 맡아 정부측에 「눈엣가시」로 비쳐졌다. 문목사의 재수감은 법에 따른 당연한 조치이면서도 남북교류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은 물론 「공안통치」 시비를 가열시키는 요인이 되고있다.
또 본격적인 광역의회선거전이 시작되면서 검찰은 유기준 전민자당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5일 구속함으로써 선거사범에 대한 단호한 척결의지 천명과 함께 정치권에 경종을 올렸다.
검찰은 유의원이 공천예정자 7명으로부터 2억8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으나 섣불리 구속할 경우 정치권에 미칠 파문을 우려,고심해오다 유의원을 구속하지 않을 경우 다른 선거사범 수사가 벽에 부딪친다는 판단에 따라 읍참마속을 택했다는 후문.
유의원 구속을 계기로 공천헌금 관련 수사가 본격화됐으나 항간에 무성하게 떠돌고 있는 소문들을 얼마만큼 명쾌히 밝혀낼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공권력투입 직전 합의
○…부검을 거부하고 8일로 장례일정까지 밝혔던 김귀정양 대책위는 『열사의 몸에 칼을대 두번죽게 할 수 없다』는 논리가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없고 여론까지 악화되는등 세불리를 느껴 6일 오후 공권력 투입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상태에서 부검에 합의,우려되던 충돌을 가까스로 모면했다.
이 과정에서 장을병 성대총장·한승헌 변호사 등이 경찰·대책회의 양쪽을 오가며 충돌을 막기위해 벌인 설득노력은 지식인의 귀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있다.<김종혁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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