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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날」,주변을 다시 보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잇따른 페놀오염사고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에 오늘 국제환경의 날을 맞은 우리들의 심정은 각별하다. 페놀사건 직후에 보였던 정책당국의 의지와 조처로 보아서는 당장이라도 환경이 개선될 것 같은 기세였다. 그러나 전국의 하천은 여전히 썩어 검은 빛은 짙어가고 있으며,떼죽음을 당한 물고기의 시체가 어디서나 떠다닌다.
어디 물 뿐인가. 대기의 오염은 전국 대부분의 도시에서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 생활쓰레기와 산업폐기물은 산이나 들판 아무데나 넘쳐난다. 유조선 사고로 인한 해양오염은 연안 어민들의 생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환경문제에 대한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일대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우리가 실재하는 피해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새삼 경각심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우리들 자신이 환경오염의 주체라는 각성이다. 국민의 90% 이상이 공해의 심각성을 걱정하면서도 내가 날마다 버리고 있는 쓰레기의 양과 질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대기오염을 개탄하면서도 내 자동차나 내 집 굴뚝에서 내뿜는 유독가스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한다. 상수도의 오염이 내가 아무데나 버린 쓰레기,내 집 하수구에 쏟아 부은 합성세제나 식용유 찌꺼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외면한다. 내가 공해의 유발자라는 죄의식과 이에 대한 책임감에서부터 환경문제는 풀어 나가야 한다.
둘째는 공해를 발생시켜 놓고 이를 처리하는데 고심할게 아니라 발생자체를 줄여가자는 것이다. 이것은 생활쓰레기의 감량과 자원쓰레기의 재활용 문제다. 우리보다 3배 이상 국민소득이 높은 미국·일본같은 나라들보다 우리의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2배 이상 많다는 통계는 우리에게 반성의 자료가 된다. 이 문제는 생산과 유통단계에서도 재검토의 여지가 많다. 서울 난지도의 쓰레기중 15% 이상이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란 사실은 감량의 측면 뿐만 아니라 자원절약 차원에서도 재활용의 방도를 찾아 실천해야 한다.
셋째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와 편의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 깨끗한 수도물을 먹기 위해 염산보다는 오존소독이 좋고,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무연 또는 탈황기름을 써야 한다. 산업폐수와 생활하수의 여과를 위한 시설과 쓰레기처리장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이 모든 설비에 드는 비용은 곧 국민의 부담이며,깨끗한 산하를 되찾겠다면 이 부담에 거부감을 느껴서는 안된다.
환경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행동을 전환하고 정부가 강력한 행정력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점차 가중되는 공해문제에서 헤어날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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