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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배움의 갈증 … 사랑으로 채워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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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앙일보가 18일 위 스타트(We Start) 운동본부, CJ 나눔재단과 함께 공부방 교육 프로그램 비용을 지원하는 '공부방 디딤돌 운동(Donor Start)'에 나섰다. 국민이 홈페이지에서 소액 기부를 해주면 CJ 나눔재단이 그 금액만큼 덧붙여 두 배로 지원한다.

"공부방 아이들에게 오카리나(악기) 같은 예능교육을 시키고 싶어요." "아이들 갯벌 체험을 후원해 주세요." "배드민턴 교육을 시키고 싶어요."

요즘 인터넷 이곳저곳에 등장하는 빈곤지역 공부방(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의 지원 호소다.

공부방은 1970년대 초반 철거지역에서 빈민운동으로 시작돼 이제는 전국 1800여 곳에 이른다. 흔들리는 빈곤 아동들을 방과 후에 돌봐주는 든든한 보금자리다. 보통 아동 20~40명이 다닌다. 시민 후원금, 민간단체나 종교단체 후원 등으로 어렵게 살림을 꾸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부터 전체 공부방에 월 200만원씩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인건비.운영비.프로그램비에 턱없이 모자란다.

이러다 보니 공부방들은 사회적 사명감에 헌신하는 공부방 교사들의 열정에 의해 꾸려지는 실정이다. 한 달 급여는 수십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헌신만으로는 다양해지는 교육 수요를 도저히 충족시킬 수가 없다. 중앙일보가 '공부방 디딤돌 운동'을 시작한 이유다.

인천시 서구 석남1동에 있는 공부방 ‘내일을 여는 교실’에서 아이들이 자원봉사자 교사로부터 종이끈 공예를 배우고 있다. [인천=최승식 기자]

16일 인천시 서구 석남1동에 있는 공부방 '내일을 여는 교실'에 들어선 기자의 첫눈에 띈 건 낡고 허술한 창틀이었다. 인수영 사무국장은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워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설명했다.

30평 정도 되는 공부방은 교실 2개와 주방, 사무실로 나눠져 있지만 아이들에겐 경계가 없다. 사무실로 건너온 성희(가명.초등2)는 기자에게 "아저씨 누구야? 왜 왔어?"라고 다짜고짜 물었다. 인 국장은 "우리 아이들이 마음이 딱딱하고 퉁명스러운 편이라 처음 자원봉사 나온 대학생은 울며 돌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부방에는 23명의 초등학생이 다니고 있는데, 대부분 한 부모나 조손 가정이라고 했다. 오빠 성호(가명.초등5)와 함께 놀이방에 나오는 성희는 일용직인 아버지와 함께 여관에서 지낸다. 지난해 봄 여관 주인 할머니가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남매를 딱하게 여겨 공부방에 데려와 지금은 학교도 다니고, 방학이라도 공부방에서 점심.저녁까지 해결하고 있다.

안정옥 상임교사는 "처음엔 '몰라요' '아니요' '싫어요'만 되풀이하던 아이들이 '경찰이 되고 싶다'는 등 꿈을 키우는 것을 보고 희망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3년 전 타악기 공연을 우연히 단체관람했다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해 시작한 장구 수업도 실마리가 됐다. 무작정 풍물패 모임마당을 찾아가 강의를 부탁하자 엄종환 대표가 연습 장소까지 내줬다. 안 교사는 "작은 공연을 몇 번 한 뒤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으면서 학습 욕구도 커졌다"며 작은 지원이 큰 열매를 맺게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주말 운영을 꿈꾸지만 재정이 부족하다. 정부 지원 소식이 알려지면서 매달 100만원이 넘던 개인 후원금이 절반으로 줄었다.

전국지역아동센터공부방협의회 이상진 사무국장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국민의 소액 기부가 활성화되면 아이들의 미래를 바꿔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원낙연 기자<yanni@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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