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밀려 또 물러선 현대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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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파업으로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노조에 변칙적으로 성과금을 주는 관행을 또 깨지 못했다. "잘못된 노사 관행을 이번에는 반드시 바로잡겠다"던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관계기사 10면>

현대차 노사는 17일 연말 성과금 50%를 추가 지급하되, 노조에 대한 형사고소와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조기에 원만히 타결되도록 노사가 함께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 시작한 잔업 거부와 부분 파업을 모두 철회하고 정상 조업에 나섰다. 회사 측은 '성과금'을 '생산 목표 달성 격려금'이란 명목으로 바꿔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시기는 지난해 목표 미달분 2만8732대와 지금까지 파업으로 생긴 생산 차질 2만1682대 등 5만414대를 만회하는 시점(2월 말 예상)이다.

이 같은 합의에 대해 그동안 회사에 대해 "원칙을 지켜라"라고 요구해 왔던 협력업체와 울산시민 등은 "결국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며 실망스러운 반응이다.

이들은 그동안 파업을 벌이기 전까지는 노조의 요구를 일절 받아들이지 않다가, 파업이 벌어지면 부랴부랴 협상에 나서고, 요구 조건 수용은 물론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을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모두 보전해 준 회사 측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현대차는 노조가 생긴 이래 지난해까지 19년 동안 1994년 한 해만 빼고 매년 파업을 벌여 총 335일의 파업 기간에 자동차 104만7677대, 10조5381억원(회사 측 집계)의 생산 손실을 봤다.

반면 노조는 이번에도 못 받은 성과금 50%를 명목만 '격려금'으로 바꿔 받아냈고, 파업 기간의 임금 손실 1인당 100여만원은 특근 횟수를 늘려 보전받기로 했다. 특근 1회당 25만원 내외여서 네 차례만 일하면 보전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지난해 연말성과금은 지난해 성과에 따라 지급하고 끝내는 게 맞지만 협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회사가 과거처럼 양보하는 식으로 타협을 한 것이 실망스럽다"며 "현대차 노조가 불법파업을 감행했기 때문에 파업이 타결돼도 노동부 차원에서 사후에 확실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이기원.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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