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축구대표팀 소집 원칙을 지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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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한축구협회가 21일부터 카타르에서 열리는 8개국 올림픽팀 초청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K-리그 프로구단들이 선수 차출을 거부해 대표팀 소집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이견을 조율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고 한다.

우리는 선수 차출을 거부한 프로축구연맹의 결정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2005년 함께 논의해 만든 대표팀 소집 규정엔 '월드컵.올림픽.세계청소년대회(20세 이하) 본선에 한해 해당 팀은 해당 연도 1~2월에 3주를 넘지 않는 훈련 보강 기간을 가질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올해처럼 월드컵 등 주요 국제경기가 없는 해에는 대표팀 소집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번 카타르 대회 같은 친선경기에까지 선수를 차출당하면 일 년 농사의 시작인 자체 겨울훈련은 언제 하느냐는 것이 구단 측의 항변이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 측은 "지난해 11월부터 프로연맹에 협조를 요청했으며, 결코 대표팀 소집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그간 대표팀의 인기와 명분을 등에 업은 축구협회가 구단들에 과도한 양보를 요구해 온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각 구단은 최근 몇 년간 겨울훈련을 제대로 못해 전력의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와 프로연맹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대표팀 차출 거부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불거져 나온 것이다.

물론 대표팀 경기는 중요하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대회에서 보듯 축구로 인해 우리는 하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 축구 발전의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K-리그다. 국내 프로축구가 활성화되고 인기를 끌어야 궁극적으로 한국 축구가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축구협회도 말로만 K-리그 활성화를 외칠 게 아니라 구단에 대한 지원과 배려를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표팀 소집에 관해 서로가 합의해 만든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그것이 대표팀도 살고 프로축구도 사는 상생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