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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과표 현실화 성사의 열쇠(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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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토지분 재산세 과표현실화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최각규 부총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투기를 목적으로 과다하게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을 막는 방법은 과표를 현실화하여 중과세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가 있으나 선의의 서민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과표와 세율체계를 함께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이와 함께 경제기획원은 현재 공시지가의 15.6% 수준에 머물고 있는 토지분 재산세 과표를 한꺼번에 현실화하고 그에 따른 서민층의 조세부담 가중을 완화하기 위해 일정규모 이하의 서민주택에 대해서는 세율을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 한다.
말하자면 토지에 대한 평가와 토지에 대한 조세체계를 왜곡시키고 있는 과표를 현실화하여 근본을 바로 잡되 그 과정에서 한꺼번에 늘어날 세금부담의 충격을 세율조정이라는 방법으로 단계적으로 조절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이같은 구상이 합리적이며 현실적으로도 바람직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재산세 과표가 실제거래가격의 20%에도 못미친다는 것은 거기서 파생되는 현실과 조세체계의 괴리로 인해 부동산투기를 유발한다는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상식적으로도 용인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일관해서 과표의 현실화 필요성을 강조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과표 현실화에 따른 조세부담의 가중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투기목적에서가 아니라 생활의 보금자리로 주택을 갖고 있고 내 집을 갖고 있다는 점이 국민생활 안정의 기본전제가 된다. 정부가 집없는 가구를 줄여나가기 위해 주택건설에 힘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시에 대부분의 국민은 정해진 소득의 범위안에서 집에 대한 재산세를 부담하고 그 전제위에서 앞으로의 생활설계를 펴나가고 있다.
그런데 내집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세금이 몇배씩 오른다면 거기서 오는 충격과 혼란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지금 경제기획원이 구상하고 있는 방안은 이같은 현실적 문제점을 고려,과표를 현실화하되 세율로 세금이 한꺼번에 늘어나는 문제점을 해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가 이번 구상을 현실적 접근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호해야할 서민의 주택규모에 대한 기준설정이나 기업의 부담증가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일이 없도록하는 배려가 제대로 따라줄 것이냐는 점과 산업적 세율을 어떻게 현실에 맞게 조정하느냐는등 기술적 어려움 등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같은 제도의 개혁에는 치밀한 조사와 연구가 뒷받침이 돼야한다. 실적을 올린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일을 서두르다 국민생활의 안정을 바닥에서부터 뒤흔들어 놓는 역작용은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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