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인내로 모진 세월 이겼어요|전몰 군경 미망인회가 뽑은 「장한 어머니」 강옥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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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장한 어머니」 강옥분씨 (67·서울 상계동 주공아파트 16동403호).
그가 남편을 잃은 채 오로지 어머니 역할을 다하기 위해 40여년간 헤쳐온 세월은 고생으로 점철된 눈물의 역사라고 해야 옳다.
대한민국 전몰 군경 미망인회가 3일 시상하는 제13회 장한 어머니상 수상자의 한사람 (모두 18명)으로 선정된 그는 동족상잔의 6·25가 빚어낸 아픔을 말없는 인내와 꿋꿋한 사랑으로 치유해온 사람이다.
그는 19세에 결혼한 후 8년만인 51년 경찰이었던 남편 (신정건씨·당시 28세)을 지리산 공비 토벌 전투에서 잃어버린다.
청주시 귀퉁이의 움막 같은 가옥에 남편이 남긴 유산은 늙은 조부모, 생계지침이 서있지 않은 병든 시부모, 시동생, 시누이 4남매, 유복자를 포함한 2남1녀의 어린 자녀들이었다.
이때부터 그의 고생은 숙명처럼 그의 양어깨를 짓눌렀다.
아버지 얼굴을 모르는 채 유복자로 태어난 막내아들을 업고 끼니를 걸러가면서 연초 공장에 출근, 기계 밑에 아이를 놓아두고 작업한 후 돌아와서는 밤을 새우다시피 삯바느질에 매달려야했다. 결혼 초부터 중풍으로 23년간 누워있다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대소변까지 받아 내야했고 때론 포목 행상으로, 염색 공장의 직공으로 떠돌아야했던 그에게 죽음에의 유혹은 복병인양 그를 엄습하곤 했다는 것.
한때 달리는 차속으로 뛰어 들어 중상을 입고 2개월여 입원, 되살아난 그가 오늘의 「장한 어머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입원비를 받지 않으면서 그의 용기 있는 삶을 눈물과 간절한 기도로 호소한 한 의사의 감동적인 인간애 때문이었다는 것.
연초 공장 직공으로 26년간 근무한 후 59세에 퇴직한 그에게 모두 대학을 졸업, 떳떳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유복한 가정을 꾸민 3남매 신태연 (45·한양대 졸·이화산업 경영) 대연 (40·인하대 졸·양품점 경영) 해숙 (49·경주대 졸·한국은행 안동지점장 부인)씨는 큰 자랑과 보람으로 어머니의 얼굴에서 고난의 흔적을 씻어내 가고 있다.
고생 중에도 독실한 불심으로 「청정한 마음」을 가지려 노력했음인지 강씨의 얼굴은 온화하고 잔잔하다.
『죽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한 모진 세월이었지만 이제는 죽을까 두렵습니다.』
오랜 고생이 가져다준 진한 행복을 오래 누리고 싶다는 그는 이번에 상을 받게돼 『가슴이 두근두근 이상스럽다』고 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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