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생활상 정리 끝!… '한국세시풍속사전' 겨울판까지 완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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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설날(음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예전 우리 조상은 섣달(12월)에 그해 진 빚을 청산하고, 빌리거나 빌려준 물건을 모두 찾고 돌려줬다. 한해의 일을 마무리하는 12월은 다음해를 준비하는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섣달 그믐(12월 마지막 날)에는 다양한 풍속이 있었다. 새벽녘에 닭이 울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새해를 맞이했다. 지나간 시간을 반성하고 새해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뜻에서다.

조선 순조 때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1849년)에는 "인가에서는 다락.마루.방.부엌에 모두 등잔을 켜놓는다. 흰 사기 접시 하나에다 실을 여러 번 꼬아 심지를 만들고 기름을 부어 외양간.변소까지 환하게 켜놓으니 마치 대낮 같다. 그리고 밤새도록 자지 않는데 이것을 수세(守歲)라 한다"고 기록됐다. 이날 어른들은 아이들이 졸려고 하면 "오늘 저녁에 자면 눈썹이 희게 센다"며 야단치기도 했다.

민간에선 이날 밤 폭죽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해의 악한 기운을 물리친다는 의미다. 요즘 사람들이 양력 12월 31일 보신각 타종 소리를 들으며 폭죽으로 쏘며 즐기는 것도 예전의 풍속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인의 삶을 고스란히 정리한 '한국세시풍속사전'(국립민속박물관.사진)이 총 5권으로 완간됐다. 2004년 정월편을 시작으로 봄편.여름편.가을편에 이어 이번에 겨울편이 발간됐다. 겨울의 대표적 명절은 역시 동지(양력 12월 22일). 예나 지금이나 팥죽을 끓여 먹었다. 팥의 붉은 색이 귀신을 몰아낸다고 생각했다. 팥죽을 바가지에 담아 솔잎으로 집안 곳곳에 뿌리기도 했다, 역시 잡귀를 비롯한 여러 액(厄)을 막아줄 것으로 믿었다.

'한국세시풍속사전'에 실린 항목은 총 2267개. 원고 매수만 1만5600장에 이른다. 2285장의 원색 사진도 곁들었다. 한국인의 1년 365일이 완성된 셈이다. 민속박물관 최명림 학예사는 "앞으로 관련자료를 모은 DVD를 만들고, 인터넷에 정보도 공개하는 등 서비스를 계속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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