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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경제개혁 전세계에 바람직”/소 경제전문가들 G7에 경협 서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우리가 무너지면 서방은 더 큰 대가 치른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선진국에 막대한 경제지원를 기대하고 있는 소련이 서방 7개국 런던 정상회담에 앞서 이들 국가에 자신의 경제개혁계획 요지를 설명하며 도움을 요청한 서신이 공개됐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인 프라마코프와 옐친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의 경제측근인 야블린스키가 함께 서명한 이 서한은 소련이 추진코자 하는 개혁방향을 짐작하게 할뿐 아니라 소련이 어느 정도로 서방에 매달리고 있는지 그들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다.
이 서한은 워싱턴에서 발간되는 격월간지 『국제경제』에 공개되기전 일부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 서한은 2차대전후 일본과 구서독이 미국의 지원으로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났듯이 소련의 개혁을 위해서는 세계적인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하면서 군사강국인 소련의 이같은 변화를 도와주는 것이 소련 자신뿐 아니라 세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서한은 서방선진 7개국의 지원은 가격의 자유화,생산수단의 사유화 등 경제개혁에 이용될 것이며 곧 완성되는 경제개혁안을 서방이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음은 이 서한 요지다.
소련은 현재 심각한 사회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전체주의로부터 민주사회로의 전환,경제체제의 변화,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민족문제 등 세방향으로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으나 그 해결은 계속 미루어지고 있다.
소련경제는 화폐체제·소비자시장,자본시장의 붕괴에 직면하고 있다. 각 공화국간의 상이한 대응도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조건들이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신사고를 위협하고 있다.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소련 전체의 경제개혁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소련내 여러 정치세력간에 최근 의견일치를 본 것은 희망적인 조짐이다.
모스크바 중앙정부는 권력의 민주화를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수반될 수 있는 극심한 사회적 긴장은 소련이 군사대국이라는 점 때문에 소련 자신을 위해서나 전세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의 해결책은 소련이 개혁을 계속 추진할 수 있도록 세계가 관심을 가져주는 일이다.
2차대전의 페허에서 일본과 구서독,그리고 유럽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나라에 대한 포괄적인 지원의 결과였다는 것을 역사는 가르쳐주고 있다.
금년들어 소련은 급격한 생산저하,극심한 인플레,빈곤선 이하 인구의 급증현상을 겪고 있으며 사회의 긴장은 위험한 수준까지 도달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있는 소련과 같은 강대국이 없어진다면 여러 위험한 지정학적인 문제들을 야기할 것이다.
수세기 뿌리깊은 인종적·종교적 갈등이 고삐 풀리듯이 터져나올 것이다.
이는 또한 소련이 보유한 엄청난 핵무기에 대한 통제의 상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련을 인류의 공동가치인 민주국가로 변화하도록 개혁을 지원하는 것이 이러한 대가를 치르는 것보다는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소련안에 있는 개혁세력과 세계공동체의 멤버들이 소련개혁에 상호 협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소련의 개혁세력과 선진 7개국은 경제개혁안 작성에 상호 협조해야 하며 최종안은 각 정부가 파견하는 경제전문가의 참여 속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소련은 이 개혁안이 다음의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중앙과 연방간에 명확한 권력의 분리가 있어야 하며,특히 경제분야에 있어 권력의 비집중·지방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짜임새 있는 재정 및 화폐정책이 세워져야 하고 가격이 자유화되어야 한다.
▲사유재산화와 광범한 독점해제 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세계경제로의 통합을 위한 개방경제체제를 갖기 위해 경제재건전략이 세워져야 한다.
▲외국의 투자·외환·외부경제와의 접속에 필요한 법률의 개정을 포함,시장경제도입을 위한 법률적 하부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G7국가들의 경제지원의 구체적인 방향이 명시되어야 한다.
이같은 지원이 어떻게 사용되어지고 있느냐를 감시하기 위한 기구와 절차도 마련돼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같은 계획이 금년 가을에는 시행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따라서 이번 런던의 G7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도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만일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소련사태가 어떻게 발전되어 나갈지 우리 역시 알 수 없다.
소련의 외교정책 변화로 인해 시작된 동구의 급격한 민주화도 이제는 하나의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걸프전쟁에서 보듯 소련은 새로운 정치적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선진공업국과 소련이 소련경제를 안정시키고 시장경제로의 변화에 협조함으로써 세계는 긍정적인 변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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