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고객 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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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007년 봄.여름시즌 서울 컬렉션에 선보인 디자이너 정욱준의 의상.

'특별한 사람들'이나 입는 것으로 여겨졌던 국내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가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는 '해외 명품과 대중적인 국내 의류 브랜드 사이'라는 모호한 위치에 있었던 것이 사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는 인터넷.홈쇼핑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고객 맞춤 서비스'와 이미지 변신 등을 통해 대중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디자인이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디자이너 김석원.윤원정 부부의 '앤디앤뎁'은 지난해 가을부터 시즌별로 250여 개 종류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해외 명품이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시즌마다 150개 내외를 내놓던 것에 비해 100여 개가 늘어난 셈이다. 윤원정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브랜드는 희소성과 다양함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어차피 대량생산 체제가 아니어서 더 다양하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변화 노력을 소개했다. 윤씨는 "컬렉션에서 선보인 옷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직접 입어볼 수 있게 할까를 가장 많이 고민한다"고 했다.

백화점에서도 40대 이상이 주로 찾는 '부티크' 층에 머물러 있던 디자이너 브랜드가 30대 초반의 전문직 여성용 정장이 많은 '캐릭터 캐주얼'층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유명 디자이너 손정완의 경우 지난해 8월 이러한 변신을 시도해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바이어인 이정림 과장은 "기존 고객에 젊은 고객까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다른 디자이너들도 이런 변화를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디자이너들이 직접 나서 고객에게 스타일과 패션을 제안하는 '맞춤 서비스'도 강화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이현재 차장은 "해외 명품은 기성복이지만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소재나 실루엣을 맞춰 준다"며 "상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디자이너가 직접 매장에 나와 고객에게 스타일을 조언해 주는 경우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디자이너 박윤수, 이상봉, 이규례, 최연옥 등이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격이 부담이었던 소비자를 위해 하위 브랜드를 론칭한 디자이너도 있다. '론 커스텀'브랜드의 디자이너 정욱준은 다음달 '론 스튜디오'라는 세컨드 라인을 내놓고 올해 안에 전국 7개 매장을 갖출 계획이다. 정욱준 디자이너는 "인터넷 모임 등에서 보니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며 "본래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과 같이 호흡하고 싶어 저렴한 가격대의 옷도 선보이게 됐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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